빅벤을 향해 (10)
정인봉(변호사) 譯
시민일보
| 2007-04-08 19:06:14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위닝은 화학을 대학에서 배우는 것이 나중에 법률을 배우기 위해 플러스가 될 수도 있으므로, 화학 전공에 대해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충고했다. 그녀가 대학을 나오고 나서 변호사나 판사가 되려고 해도 결코 늦지 않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물리학을 배운 그는 물리학의 이론적 사고 방법이 법의 이해나 변호 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가렛이 법률에 흥미를 가진 것은 법을 배우는 것이 정치 세계에서 살아가는데 플러스가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동양보다 훨씬 논리가 중시되는 영국 정계에서는 논리적 사고는 강력한 무기이다. 논리를 구성하는 데는 법의 개념이나 해석이 도움이 될 게 틀림없다고 마가렛은 생각했던 것이다.
화학을 배움으로써 마가렛은 매사를 이론적으로 따지는 방법을 배웠다. 야당 당수 시절 ‘공격에 가장 우수한 정치가’라 불린 것도 여당 쪽 논리의 허점을 재빠르게 찾아내어 거기를 사정없이 공격했기 때문이었다. 논리적 사고에 뛰어나지 않으면 결코 생각할 수 없는 정치 기술이다.
반면에 그런 성격을 가진 사람은 인간적으로 차갑다는 느낌이 든다. 그녀는 사회의 낙오자에 대해 너무 차갑다는 말을 들었다. 이는 단지 일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모멸감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사회의 계단을 자력으로 올라갈 수 없는 무능력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을 그녀가 대학시절에 화학물질이라는 무기질을 대상으로 삼았던 탓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화학자가 모두 배려가 부족한 것은 아니므로 반드시 맞는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만일 그녀가 자신의 마음을 뒤흔들만한 학문과 만났더라면 어느 정도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화학을 전공한 다음에 법률을 배운 것은 그녀가 인정의 기미나 사람 마음의 따뜻함 등을 깨닫게 되는 기회를 잃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법은 본래 사회를 규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법에게 사회 저변에 있는 자에 대한 따뜻함을 요구하는 것이 애시당초 무리일지도 모른다. 여하간 화학에서 법률로 눈을 돌림으로써 그녀의 논리적 사고는 점점 더 세련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변호사 자격을 따기 위한 고시 준비까지 시작하게 된다.
그런 가운데서도 대처는 주부로서의 생활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남편 데니스가 출근하면 방을 정리하고 쇼핑을 하며 두 사람의 저녁 식사 준비를 한다. 저녁 식사를 매일 자기 손으로 만든다는 작업은 그녀로서는 첫 경험이었다. 어릴 때는 어머니를 돕는 정도였으며, 학창시절은 기숙사의 식사로 끝냈고, 일하면서 선거운동에 열중했을 때는 그런 시간은 전혀 없었다.
따라서 처녀시절을 기억해 내어 요리 책을 보면서 저녁 식사를 만드는 것은, 그녀로서는 일종의 도전이며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조차 느끼는 것이었다.
가구의 위치를 바꾸거나 벽지를 바꿔 붙이거나 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이 벽지를 바꿔 붙이는 것은 그녀에게 거의 유일한 취미라 해도 될지도 모른다. 의원이 되거나 장관이 되어 사적인 시간이 거의 없는 가운데도 벽지를 붙이거나 붙여야 할 벽지를 고르는 것만은 남에게 맡기지 않았다. 그것이 자신도 가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보여주려는 의사의 표시이며, 가정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진 데 대한 속죄이기도 했다. 적어도 그녀는 가정을 소중히 여기고 가정을 소홀히 하지는 않겠다는 자세만은 계속 지켜 나갔다.
※본란에 연재되는 내용은 구로이와(黑岩徹) 원작을 정인봉 변호사가 번역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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