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벤을 향해 (13)
정인봉(변호사) 譯
시민일보
| 2007-04-11 20:13:25
캐롤은 어머니의 영향력에서 멀어지기 위해 굳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직업을 구했는데, 마크는 어머니가 수상이라는 점을 이용하여 텔레비전 커머셜이나 상품 선전 모델이 되어 매스컴의 비판을 받았다.
어머니는 성격이 다른 두 아이를 모두 사랑했다. 일 이외는 될 수 있는대로 집에 있으려고 노력했으며, 좋은 어머니가 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때로는 특이한 스타일로 애정을 쏟았다. 가령 어린 아이들이 밤에 일어났을 때 주위가 보이도록 하겠다고, 아이들 방에 작은 불을 켜두거나 아이들 방으로 통하는 객실의 전등을 켜둔 채로 놓아 두거나 했다. 그녀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아이란 어둠을 두려워하지요. 그래서 오랫동안 아이들 방의 문을 열어두고 옆 객실의 불을 켜두거나, 아이들 방에 작은 불을 켜두었습니다. 그 애들을 어둠에 익숙하게 하는 것 따위는 의미가 없으며, 대부분의 아이들은 어둠을 두려워하는 법입니다. 작은 불을 켜두면 아이들은 모든 게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거지요.”
그녀는 가족 생활을 특히 강조했다. “마가렛 대처에게 가족은 어느 정도 중요한가요?” 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없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예, 정말 불가결한 것이지요. 행복한 가족생활은 사람에게 전혀 다른 세계를 가져다 주지요. 피는 물보다 진한 겁니다. 그것은 서로 통하는 것입니다. 가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자신은 가족을 위해 존재하며, 어떤 날에나 가족은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여 말했다. “현재와 제가 젊었던 시절의 최대의 차이는 아이들의 백(숙)모나 할머니가 흔히 같은 집이나 옆집 또는 가까이에 살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일하러 나가더라도 아이들이 귀가할 때 세대가 다른 가족 누군가가 집에 있었던 겁니다. 이전에는 두 세대, 세 세대가 같은 집이나 같은 거리, 같은 마을에 살았습니다. 아이들이 집에 돌아올 때 누군가가 집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꽤 어렵군요.”
아이들이 귀가할 때 집에 있어주지 못했던 점에 역시 어떤 종류의 떳떳하지 못하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 떳떳하지 못하다는 것을 변명하기 위해서 두 세대, 세 세대가 동거했던 이전 시대를 그리워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다. 그녀는 집에 있는 동안 어머니로서 최선을 다하고자 하였다. 아이들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아이들 친구들에게 대해서도 그랬다. 아들 마크는 어릴 때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는 항상 주부였습니다. 혹시 제 친구가 점심 때 집에 있거나 하면 언제나 풀코스 점심 식사를 준비하는 겁니다. 어머니는 그걸 즐겼습니다. 가능한 한 어머니다운 일을 하려고 늘 생각했지요.”
※본란에 연재되는 내용은 구로이와(黑岩徹) 원작을 정인봉 변호사가 번역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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