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당에서 (4)
정인봉(변호사) 譯
시민일보
| 2007-04-17 19:20:12
그녀가 장기 정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의 하나는 이 능력에 있었다. 의원으로 처음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찬스를 손에 잡았을 때, 그녀는 일찌감치 능력의 일부분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대처의 경우 국민의 관심사에는 민감해도 국민의 요구 특히 목소리가 큰 요구를 그대로 들어주지는 않았다. “무엇이 국민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보다 “무엇이 영국에 필요한가?” 쪽을 더 중시했기 때문이다.
법안 작성은 신인 의원 한 명만으로는 문제가 너무 복잡하다는 선배 의원의 조언을 받아들여, 대처는 헨리 브룩(Henley Brook) 주민자치장관에게 도움을 구했다.
브룩 지방자치장관은 이 법안에 반발이 심할 것을 우려하여 법으로 묶는 것보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인 판단으로 지키도록 “자발적 행동 규약”을 만드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법을 제정하겠다고 위협을 하면 규약을 만드는 것도 부드럽게 진행될 것이며, 지킬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대처는 어디까지나 법안 제출을 주장하여 이것을 관철했다.
신문의 감시야말로 민주주의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했기 때문뿐만 아니라, 법안 제출의 찬스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신인 의원으로서 처음인 큰 일을 무슨 일이 있더라도 끝까지 해내겠다는 의욕에 불타고 있었다. 그것을 너무 계산에 밝다고 보는 것은 편견이다. 오히려 그녀의 일에 대한 정열, 또는 장애가 있으면 어떻게든 극복하겠다는 강한 의지력이 드러났다고 봐야 한다.
1960년 2월 5일 대처는 의회에서 처음으로 연설에 나섰다. 법안 제출의 취지 설명이긴 하나, 처녀 연설이기 때문에 참석 의원들의 주목을 받았다.
영국 정치에서 연설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치가 정치가의 연설에 의해 움직여지는 케이스가 자주 있기 때문이다. 각 선거구에서 의원 입후보자로서 인정받는 것도 일종의 연설 경기대회에서 이겨낸 결과이다.
각 당의 정책을 결정하는 당 대회에서도 대의원들은 정책 설명 연설로 정책의 좋고 나쁨을 판단한다. 의회에서 법안을 제출하는 경우도 얼마나 인상적인 연설을 하는가 여부가 법안 성립을 좌우하게 된다. 당파 색깔이 강한 법안은 각 당의 의석 수로 정해지는데, 대부분의 법안은 당파 색깔이 별로 없어 각 의원이 독자적인 판단으로 투표하게 된다. 찬반이 비슷할 경우에는 법안 제출자의 연설이 결정적 요소가 된다.
“제가 대표하는 핀츨리 선거구는 제가 하원에서 문제의 핵심을 찔러 문제에 진심으로 대응하기만을 바랄 것입니다.”
대처는 처녀 연설의 첫머리에서 즉각 법안 설명에 들어가서 듣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신인 의원인 경우 먼저 이런 기회를 만들어준 의회와 선거구의 사람들에게 감사한다는 등의 인사말을 하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법안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태도는 마치 노련한 의원을 연상하게 했다. 신인에 의한 관례를 깨는 연설은 어떤 종류의 신선함을 느끼게 했으나, 동시에 약간이긴 하지만 반발도 불러 일으켰다.
대처의 신인답지 않은 태도는 새로운 것에 대응하고자 할 때의 자부심의 반영이기도 했다. 온갖 문제에서 아마추어로 간주되기를 싫어하는 그녀다운 자존심의 발로였다. 그것이 종종 교만함으로 받아들여져서 쓸데없는 비판을 일으키게 되는데, 처녀 연설에서 이미 확실히 싹이 드러나고 있다.
※본란에 연재되는 내용은 구로이와(黑岩徹) 원작을 정인봉 변호사가 번역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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