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문가로 중국 북경대학 연구교수가 되고 (1)

김정기(중국북경대학 연구교수)

시민일보

| 2007-04-19 20:07:21

미국에서 국제정치학을 공부하면서 국가와 인류의 미래를 멀고도 큰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웠다. 물론 정치학을 공부했대서 인간과 세상에 대한 안목을 완벽하게 갖추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세계관을 정립하는 힘은 여기에서 얻어냈다고 할 수 있었다.

통일시대 협상전문가로, 디지털시대 교육전문가로 충분한 역할과 활동을 거치며, 이제 더 넒은 대양으로 나갈 준비가 필요했다. 이제 더 넓은 세계관을 지니고 대관의 자세를 갖춘 완전한 국제전문가로서 거듭나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미국과 중동 정치를 섭렵하고 이제 동아시아에 관심을 가져야 할 시대적 사명감에 우리와 가장 인접한 거대한 나라, 중국으로 눈을 돌렸던 것이다.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것은 1992년이었다. 수교한 후 15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중국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한국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로 등장하였다.

이제 중국을 알지 못하고서는 어떤 일도 하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의 미래가 중국의 움직임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중국은 우리 한국에 비해 국토 면적이 엄청나게 넓을 뿐만 아니라 인구도 우리에 비하여 수십 배에 달한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래 다양한 변화를 거치면서 발전을 거듭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경제적 성장을 이룩한 나라이다.

더구나 중국 같은 경우에는 2020년 정도면 1인당 GDP가 최소 3000불에서 실제구매력으로 보면 5000불 정도의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명실상부한 세계 양대 축의 하나로서 중국이 부상하고 성장을 하게 될 것이다.

인구 3억의 미국과 더불어 14억의 중국이 세계를 움직이는 양대 축의 하나가 될 때 중국의 영향력이란 가공할 만하다. 현재로선 중국이 총체적인 국력으로 볼 때 미국의 40분의 1에 불과하지만 2020년 정도 되면 명실상부한 2위로서 중국이 크게 성장을 하게 될 것이다.

중국은 1980년대 개혁 개방정책을 펴면서 도광양회를 대외 정책의 기준으로 삼았다. 도광양회란 ‘칼집에 칼날의 빛을 감추고 밖에 비치지 않도록 한 뒤, 어둠 속에서 은밀히 힘을 기른다.’는 뜻이다. 삼국지에 나오는 고사로 유비가 조조의 식객 노릇을 할 때 목숨을 부지하기 위하여 일부러 몸을 낮추고 어리석은 사람으로 보이게 했다는 데서 유래한다.

중국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만디며 우리보다 수십 년은 뒤져 있는 나라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칼집에 날을 감추고 서서히 발전과 성장을 위한 암중모색을 하는 나라라고 봐야 한다.

한국 전쟁 이후 태평양이라는 큰 바다를 사이에 두고 멀리 떨어져 있었음에도 미국의 영향력은 한국에서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우리와 국경선을 경계로 하고 있는 가장 가까운 이웃이다. 지리적으로 아주 인접해 있는 중국이야말로 이전의 미국보다 더 가공할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 여겨진다.

지난 해 한국과 중국과의 교역 규모만 하여도 1,119억 달러에 달했다. 1992년 수교 당시만 해도 25억 달러에 불과하던 교역량이 수교 13년 만에 엄청난 성장을 거듭한 것이다. 우리 한국경제가 앞으로 중화경제권에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은 자명한 노릇이다. 사회주의의 장점에다가 자본주의의 우수한 점을 수용하여 엄청난 성장을 거듭하는 중국의 부상은 우리에게 가히 위협적이다. 우리가 국내에 산적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제로 혼란을 겪는 사이 중국은 훌쩍 우리를 뛰어 넘어 달려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도 무슨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겠나.

우리는 중국과 수 천 년을 교류해 온 나라이다. 과거에는 사대모화주의를 표방해 중국의 영향권에서 오랜 세월을 지내오기도 했지만, 이제는 이웃나라 중국의 부상에 ‘맞짱’을 뜰 수 있을 정도의 국가로 군림하면서 중국과 애증을 교차해왔다. 세계무대에서 중국의 경제적 부상은 중국의 위상을 더 한층 높여갈 기회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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