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당에서 (18)

정인봉(변호사) 譯

시민일보

| 2007-05-07 20:06:41

보수당이 강한 지방에서는 지방교육위원회가 노동당 내각이 내놓은 새 제도에 반대하여, 컴프리헨시브 스쿨 제도의 도입을 저지하려고 했다. 노동당은 그래머 스쿨에서 컴프리헨시브 스쿨로 전환함에 반대하는 지방교육위원회에 대해 학교건물 건축비 지급을 중지하는 등의 비상수단으로 새 제도의 실시를 강요했다.

대처 교육장관과 보수당은 일레븐 플러스가 아이들에게 가혹하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전통 있는 우수한 공립학교를 남겨야 한다고 보아 컴프리헨시브 스쿨 제도의 채용 여부는 각 지방교육위원회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에 따라 대처 새 교육장관은 노동당 시절에 교육부에서 지방교육위원회에 보낸 ‘새 제도로의 전환계획을 즉시 제출 바람’이라는 공문을 폐기했다. 이것이 노동당이 강한 지역과 교원조합에서의 강한 반발을 가져왔다. 매스컴도 반(反) 대처 캠페인을 벌였다. 대처가 ‘그림자 교육장관’ 시절에 교육제도 개혁 문제 등에서 교육 담당 기자들과 논쟁을 하여 그들을 온통 적으로 돌려버린 적도 있어 매스컴의 공격은 한층 더 심했다.

대처의 생각은 컴프리헨시브 스쿨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으나, 우수한 학생의 수준을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그래머 스쿨도 남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머 스쿨이 좋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던 대처는 그래머 스쿨이야말로 우수한 인재를 배출시키는, 영국의 장래에 필요한 교육기관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컴프리헨시브 스쿨에 무턱대고 반대했던 것은 아니다.

교육장관 재임 중 각 지방교육위원회에서 ‘그래머 스쿨을 폐지하여 컴프리헨시브 스쿨로 전환하는 계획’이 4000건 제출되었으나, 그 중 그녀가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400건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교육계와 매스컴에서의 반발은 아직 연습에 불과했다. 그것은 다음의 심한 지진을 예고하는 작은 지진에 지나지 않았다.

교육정책의 장으로서 대처가 가장 관심을 기울인 것은 초등학교 교육체제의 개선과 의무교육의 기간 연장이었다. 초등학교 교육체제의 개선이란 너무 낡은 초등학교의 개축을 의미했다. 이미 긴급히 수리, 해체가 필요한 초등학교는 7500개 교에 달하고, 거기에 적을 둔 초등학생은 130만 명이나 되었다. 학교건물이 낡은 학교는 대략 가난한 지역이고, 교사도 부임을 바라지 않아 따라서 교육 수준도 낮았다. 대처는 학교건물 개선이라는 눈에 보이는 것에 의해 교육의 활성화를 도모하려고 한 것이다.


의무교육의 기간 연장이란 대처에게 그래머 스쿨 존속 주장과 긴밀하게 연관이 있었다. 공적 비용에 의해 우수한 학생에게 더욱 수준이 높은 고등교육을 받도록 하겠다는 그래머 스쿨의 이념을 지지하는 한편, 의무교육만으로 사회에 나가는 아이들에게는 1년간 더 많은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보았다. 15세로 사회에 나가 생활비를 버는 것은 나이로 보아 너무 빠르며 가혹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학교건물 개선과 의무교육 기간 연장의 두 목표를 추진하려면 당연히 거액의 예산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때 바버 재무장관은 긴축 재정을 단행하여 정부지출을 차기 회계연도에 3억 파운드를 삭감하려고 했다. 게다가 그 4분의 1에서 3분의 1은 교육 예산을 삭감하여 조달하려고 했다. 대처는 맹렬히 반대했다. 교육 수준의 저하는 피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여, 재무부, 재정 담당 국무장관, 재무장관과의 끈기 있는 절충에 의해 교육 예산의 대폭 삭감을 막아냈다.

그러나 노후 학교건물의 개선과 의무교육 기간 연장을 가능하게 할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교육 예산 가운데 어딘가를 삭감해야만 하였다.

※본란에 연재되는 내용은 구로이와(黑岩徹) 원작을 정인봉 변호사가 번역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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