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로의 길 (8)
정인봉(변호사) 譯
시민일보
| 2007-05-22 16:26:07
대처의 전 신경은 한 순간 극한까지 긴장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에는 해방되었다. 당수 선거에 나설 것을 결심했던 것이다. 남편과도 자식들과도 상의하지 않고 스스로의 의지만으로 결심했다. “스스로 믿는 것을 결정하고 타인을 설득하라”는 아버지의 말씀이 다시 그녀의 뇌리에 찾아왔다.
여성이 당수 선거에 입후보하는 것 자체가 무모한 일이었다. 게다가 당수가 되려면 외무장관, 재무장관 등의 주요 포스트를 경험했을 것이 절대적인 조건으로 보고 있었다. 그러나 대처는 교육장관의 경험밖에 없다. 게다가 당내에서는 히스 파가 많아 설령 히스가 패하더라도 히스의 후계자가 될 수 있는 주요 각료 경험자가 몇 명이나 있었다. 대처에게는 절망적일 정도로 불리한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처 속에는 자신이 보수당을 개혁하지 않으면 누가 할 것인가 라는 사명감이 불타고 있었다. 그 격렬함, 그 강렬함이 그녀를 휘몰아갔다.
“저는 당수 선거에 입후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대처는 의회의 보수당 당수 실로 히스를 찾아가서 조용히 그러나 확고한 어조로 알렸다. 대처의 당수 선출 입후보 통지는 모두를 놀라게 했으나, 보수당원의 대부분은 굳이 무관심을 가장했다. 각료 경험이 한번뿐이고 하원을 통합하는 당내의 요직을 맡은 적도 없으며, 일반 당원에게 인기가 없는 대처가 어떻게 히스의 유력 경쟁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인가? 그녀는 좋게 말하면 다크호스, 기껏 당수 선출에 흥을 보태는 피에로 역 정도로밖에 간주되지 않았다.
대처의 입후보 의사 표명을 용기 있다고 받아들인 자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무모하다고 받아들였다. 만일 첫 번째 투표에서 히스에게 패하면 대처는 반드시 보복 당할 것이다. 당 수뇌를 화나게 한 의원으로 정치 생명도 엄청나게 손상될 것임에 틀림없다.
만일 조셉이나 듀칸의 누군가가 나섰다면 대처의 차례는 영구히 없었을 것이다. 대처는 참으로 운이 좋은 정치가라 할 수 있다.
조셉이 탈락하고 듀칸이 사라졌다고는 해도 아직 대처에게 희망의 싹은 없다는 것이 대부분의 예상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대처의 강력한 지지자가 나타났다. 에어리 니브이다. 그는 제2차 대전의 영웅으로 대처의 예전부터의 친구였다. 그는 나중에 대처의 오른팔로 북 아일랜드 장관이 되어 IRA(아일랜드 공화군)의 테러에 쓰러져 비극의 주인공이 되는데, 이 당시는 온건 파에도 강력한 파이프를 가진 우파의 중견 의원이었다.
에어리 니브의 이름을 들으면 영국인의 대부분은 영국 군인의 용감함과 치밀함을 연상하여 자랑스러운 기분이 된다고 한다. 제2차 대전 중 정보장교의 훈련을 받은 니브는 유럽전선에서 독일군의 포로가 되었으나, 경계가 엄중한 콜디츠(Colditz) 포로수용소에서 탈출에 성공한다. 독일 수용소에서 탈출한 최초의 영국인 장교가 된 니브는 그 후 독일 통치 하의 프랑스에서 영국군 포로의 비밀 탈출로를 만드는 데도 성공했다.
※본란에 연재되는 내용은 구로이와(黑岩徹) 원작을 정인봉 변호사가 번역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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