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닝 가 10번지를 목표로 (1)

정인봉(변호사) 譯

시민일보

| 2007-05-29 16:05:58

압도적 다수의 지지를 받아 보수당 당수로 선출되었다고는 해도, 대처는 자신에 대한 지지 표의 태반이 실은 반 히스 표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다. 그녀의 동지이며 참모 니브는 이 점을 감안하여 인사에는 신중을 기하도록 대처에게 충고했다. 보수당은 여성 당수를 뽑았지만 이것으로 다음 선거에 이길 수 있을까 라는 심각한 의문에 사로잡혀 있었다. 대처는 무엇보다도 보수당을 단결시켜 여성 당수에게도 지도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했다.

대처가 맨 먼저 챙긴 것은 히스 전 당수와의 화해였다. 그녀는 당수로 선출된 후 즉시 작은 백색 자가용 ‘미니 쿠퍼’를 자신이 운전하여 윌슨 스트리트에 있는 히스의 자택을 방문했다. 대처는 이 회견에서 히스에게 입각을 촉구하고 대처 지지를 얻어내기로 한 것이다. 그녀는 히스에게 외무장관 포스트를 제공할 작정이었다.

대처·히스 회담에서 무엇이 논의되었는지는 정확하게는 알려져 있지 않다. 양자 모두 입을 다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대처는 일부 밝혔지만 히스는 끝내 침묵했다. 일설로는 대처는 계단 밑에 기다리다 결국 히스가 나타나지 않아 화를 내고 돌아갔다고 한다. 대처가 히스의 집에 들어가서 나올 때까지는 겨우 5분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처 자신에 의한 회고나 히스의 집 응접실 옆의 주방에 있었다는 친구의 이야기 등을 종합하면, 대처는 거기서 히스의 입각을 촉구했던 듯하다. 그래도 대처에게서 모욕을 당한 꼴인 히스로서는 이 여성 당수에게는 도저히 협력할 수 없다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대처의 신청을 냉담하게 거절했다. 대처도 거부하는 사람을 몇 번이고 설득할 정도로 노련하지는 않았으며 무엇보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히스의 냉담한 태도를 접하고 지체 없이 물러나버렸다. 자기 신념을 관철하는 데는 이상할 정도의 집념을 보여주는 그녀도, 인간관계의 타개에는 이렇다 할 집념을 불태우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때 그녀의 태도는 이후 수상이 될 때까지의 약 4년간 대처의 당 운영을 상당히 어렵게 만들었다. 히스는 늘 대처에게 비판적으로 행동하고 대처도 두 번 다시 히스를 중용하겠다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양자는 결정적으로 대립하게 되었다. 당내에는 히스 노선을 믿는 자들이 아직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던 만큼, 대처로서는 히스의 존재가 음으로 양으로 부담이 되었다.


이 시기에 히스가 할 수 있었던 단 한 가지는 대처를 당수로 지명하는 당 대회에 전보를 보내는 일이었다.
보통 이런 대회에서는 전 당수가 일어서서 새 당수에게 축복의 말을 선사하는 법이나, 히스에게는 자신을 패배시킨 상대방을 칭찬할 만큼의 도량은 없었다. 그는 휴가라 하며 스페인에 몸을 숨기고 거기서 대처에게 전보를 친 것이다.

“이 지위에 뽑히고 당에 진력할 수 있게 된 것은 대단한 명예입니다. 국가나 당이나 중대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데, 이것은 단순하고 용이하게 극복되는 게 아니라 해결을 위해서는 노련함과 결단이 필요합니다. 마가렛 대처는 이 양쪽을 갖추고 있어 그녀가 성공할 것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히스는 자신을 패배시킨 여성에게 혐오감을 느꼈으나, 두 번째 투표에서 패배한 화이트로는 깨끗했다. 친구들과 아내는 대처에게 협력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으나, 그는 침착하게 부 당수의 포스트를 받아들였다. 그는 대처를 너무 심한 우파이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여, 당 본래의 지도자로서 부적격이라고 보고 있었다. 그러나 스스로 참가한 당수 선거에서 패배하고 대처가 지도자가 된 지금은, 당을 위해 진력해야 한다고 결심했다.

※본란에 연재되는 내용은 구로이와(黑岩徹) 원작을 정인봉 변호사가 번역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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