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언론과의 전쟁

송재소(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시민일보

| 2007-05-31 19:17:24

최근 정부가 내놓은 이른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기자들의 취재를 지원하는 선진적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니 그 명칭만 보면 그럴듯하게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노무현 대통령 취임이후 언론과 벌여온 끊임없는 갈등의 산물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노 대통령은 취임 초인 2003년 3월, 정부 각 부처에 신문 가판(街販)을 구독하지 말라는 조치를 내렸다. 이어 개방형 브리핑제, 정부 광고 사전 협의제, 신문법, 언론중재법 등 각종 언론 규제법을 연달아 발표하면서 언론과의 전면전을 수행해 왔다.

노 대통령의 언론관을 가장 첨예하게 보여준 것이 금년 1월4일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에서 고위 공무원들에게 행한 연설이다. 여기서 노 대통령은 “누구의 말을 빌렸는지 출처도 불명한 의견이 마구 나와 흉기처럼 사람을 상해하고 다니고, 아무 대안도 없고 결과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배상도 안하는 상품이 하나 있다”며 “불량상품은 가차 없이 고발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공직사회가 이 언론집단에 절대 무릎을 꿇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도 노 대통령의 이러한 언론관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조치이다. 노 대통령이 언론에 대해서 왜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적의(敵意)를 품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노 대통령은 언론의 순기능보다 역기능(逆機能) 쪽에 더 비중을 두는 것 같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언론과 정부는 평화롭게 공존한 적이 없다. 언론을 흔히 ‘무관(無冠)의 제왕’이라 말한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유관(有冠)의 제왕’인 셈인데, 이 두 제왕은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할 뿐이지 한 제왕이 다른 제왕을 완전히 제압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만일 언론이 정말 ‘불량상품’이라면 법에 따라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그러자면 언론이 불량상품이라는 이유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엄격한 검사를 거쳐 불량식품임을 확인하고 불량식품 제조업자를 처벌하면 그 제조업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승복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정부에서는 언론이 불량상품인 이유를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노 대통령이 불량상품이라 지칭하는 이른바 ‘조·중·동’을 국민들이 계속 구매하고 있는 것이다. ‘조·중·동’이 불량상품임을 안다면 누가 그걸 구매하겠는가?

국민들은 어리석지 않다. 국민들이 어리석어서 ‘조·중·동’이라는 불량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어리석은 국민들을 어리석지 않은 대통령이 지도해야 하겠다는 생각은 독선적인 아집(我執)에 불과하다. 대통령은 이쯤해서 언론과의 전쟁을 끝내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면 귀에 거슬리는 비판도 폭넓게 받아들일 줄 아는 도량(度量)을 지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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