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닝 가 10번지를 목표로 (5)
정인봉(변호사) 譯
시민일보
| 2007-06-04 17:10:02
연설 이틀 전에야 겨우 초고를 받은 모들링은 경악하고 격노했다. 그리고 즉시 대처에게 편지를 썼다. 그것은 당 지도자가 된 대처가 받은 최초의 그리고 가장 격렬한 비난의 편지였다.
“저는 이 연설 초고가 챌폰트 경 및 패트릭 코스그레이브 씨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저는 외교정책에 관한 그들의 견해, 그 근거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모들링은 이 편지 속에서 외교정책에 관해 첫째로 상의해야 할 상대는 그림자 외무장관인 자신이며 ‘보수 조사국’이고, 대처의 스태프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초고의 내용에 대해서도 “소련을 심하게 공격함으로써 당내에서 틀림없이 정치적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장기적으로 보아 우리 당과 정부에 봉사할 수 있는지 여부는 극히 의심스럽습니다”라고 비판했다. 또 대처의 연설은 대소 위협 논과 영국의 군비 확대를 시사하는 것으로 보아 “군비 확대를 정책으로 채용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그 전에 그림자 내각에서 신중하게 시간을 들여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썼다.
모들링의 편지는 두 가지 점에서 대처를 날카롭게 비판했다. 첫째는 절차, 둘째는 그 내용이었다. 절차적으로는 중요 연설을 외교정책의 최고 고문이라 해야 할 그림자 외무장관과 상의 없이 하고자 하는 점, 이 정도로 중요한 일이면 그림자 내각의 각의에 붙여야 한다는 것 등이다. 또 내용적인 점에서는 대처의 논지에는 보수당 및 영국에 문제가 많다고 보았다. 이것은 독단 전횡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대처에게 앙갚음하는 의미도 있었다.
그러나 대처는 모들링의 의견 상신을 무시했다. 이 편지를 받은 대처는 모들링의 동지라 해야 할 온건 파 이안 길모어와 식사를 하며, 길모어에게서 대소 강경 노선의 지지를 받아냈다. 길모어의 지지는 그녀에게 큰 뒷받침이 되었다.
“소련은 맹렬한 기세로 자국을 세계 제일의 해군 국가로 만들어내고자 하는, 인내심 강하고 장기 전망을 가진 남자들의 독재에 의해 지배되고 있습니다. 독재자들은 그것을 자위를 위해 하는 게 아닙니다. 러시아와 같은 대부분이 육지로 둘러싸인 거대한 국가가 국경을 지키기 위해 세계 최강의 해군을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소련인은 세계 제패를 기도하고 세계 최강의 제국이 되기 위한 수단을 서둘러 손에 넣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버터보다 우선 순위로 대포를 놓고 있는 데도, 우리는 대포 앞에 모든 것을 놓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군사적으로 슈퍼파워인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인간적, 경제적으로는 실패했습니다. 그들이 포르투갈에서 하고자 했고, 지금 앙골라에서 하고 있는 짓에서 교훈을 끌어낼 수 없다면 우리는 ‘역사의 쓰레기더미’ 위에서 끝날 운명에 있는 것입니다.”
소련의 팽창주의, 군사 확장 정책을 노골적으로 지적한 대소 비판 연설이었다. 지금까지 대처의 연설에 무관심한 태도를 취하던 소련도 여기에는 심하게 반발했다. 소련군 기관지 ‘붉은 별’은 대처를 ‘아이언 레이디(철의 여인)’라 부르며 그 반소적(反蘇的) 태도를 야유했다.
이전에 비스마르크는 그 강렬한 의지와 실행력으로 철혈재상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대처도 역시 ‘철의 여인’이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비스마르크는 프로이센을 일등 국가로 만들려는 정열에 넘치고 있었으나, 대처도 역시 영국을 재생시키고자 하는 정열에 쫓기고 있었다. 소련에서 ‘철의 여인’이라고 불린 대처는 오히려 그 말에 만족해했다.
※본란에 연재되는 내용은 구로이와(黑岩徹) 원작을 정인봉 변호사가 번역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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