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관한 부정적 영향

김정기(국제변호사)

시민일보

| 2007-06-04 17:10:52

몇 해 전의 일이다. 부동산 경매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곳에 동행하자고 해서 같이 간 일이 있었다. 작은 도시의 한 부동산 경매장이었는데 안락한 중산층 가정집에서 경매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 집안의 물건 전체를 다 팔기로 결정했다고 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앞뜰에 나와 있는 경매인 주위에 모여 있었다. 경매사는 그 앞에 있는 탁자 위에 팔 물건을 올려놓고, 손에 쥔 마이크에 대고 아주 인상적인 목소리로 가격을 불렀다.

“이 도기 램프를 5000원에 사실 분? 아, 저기 계시는군요.”

“붉은 색 옷을 입은 여성께서 6000원을 부르셨습니다. 7000원 내실 분 안 계십니까? 아무도 없다구요? 그럼 이 물건은 붉은 옷을 입으신 여성 분에게 팔렸습니다. 아름다운 등이네요. 이걸 사셔서 매우 기쁘시겠습니다, 부인.”
경매인이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물건을 파는 동안 친구와 나는 그 집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우리는 그 집안에 팔리기를 기다리는 물건들이 아직 수백 가지가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친구와 나는 거실에 있는 추상화를 한 점 보았다. 그 그림은 캔버스에 그려진 아크릴화였는데, 모던한 검은색 액자에 끼워져 있었다. 그 그림은 매우 매력적이었는데, 붉은색과 검은색, 그리고 하얀색의 추상적인 혼합이었다. 내 친구는 그 그림을 보고서는 ‘우와!’ 하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오, 이 그림은 내 방에 딱이야. 이 물건은 내가 생각한 색깔 구도에 딱 맞을 뿐 아니라 이 그림이 맘에 들어. 이 그림은 내게 무언가를 말해주고 있어.”

경매인은 그 그림의 경매가를 7만5000원에서 시작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에드워드는 손을 흔들어 그 호가를 받아들이겠다는 표시를 했다. 경매인은 그의 열정을 알아채고 호가를 2만5000원이나 올려 불렀다. 이번에는 모자를 쓴 신사가 재빨리 그 가격을 받아들였다. 그 다음에도 가격은 계속 높이 올라갔고 그럴 때마다 내 친구는 즉각 그 가격을 받아들였다. 불과 몇 분 사이에 그 그림의 가격은 50억원을 넘겼다. 나는 친구의 표정을 살폈다. 친구는 흥분과 두려움의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7만5000원에서 시작한 그 그림의 가격이 6만50000달러를 통과했을 때에도 세 사람 사이에서 경쟁이 치열했다. 마침내 이 그림은 81억원에 내 친구에게 팔렸다. 구경하던 사람들 중 몇 명은 실제로 환호를 했고, 내 친구는 악착같이 쟁취하고자 했던 그림을 마침내 샀기에 승리자다운 웃음을 웃었다.

우리는 이 그림을 오래 된 신문에 싸서 차 트렁크에 실은 다음 오후 늦게 집으로 향했다. 헌데 차 안에서 그가 갑자기 슬픈 표정을 지으며 말했던 것이다.

“나는 기껏해야 15억원 주려고 했던 그림을 81억원이나 주고 샀어. 내가 한 짓을 믿을 수가 없어. 흥분에 휩싸인 데다 그 그림을 두고 호가하는 다른 사람들을 보니 갑자기 그 그림을 꼭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 거야. 나는 그 그림을 사지 못할까 봐 겁이 났어. 나는 그것을 살 형편이 아니었는데도 말이야. 그리고 그렇게 비싸게 줄만큼 좋은 그림은 아니었는데….”

내 친구는 ‘구매자가 느끼는 회한’ 의 전형적인 경우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는 시간이 주는 압박감과 두려움에 노출되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 사건 이후로 그는 시간이 주는 압박감에서 다분히 놓여 날 수 있었다. 그만큼 값진 교훈을 얻었던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기한이 빠르게 다가오고 누군가 그들의 필요가 충족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게 될 때 때때로 사람들은 약간 얼이 빠져서 그들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허둥대면서 급하고 비논리적인 결정을 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시간이 주는 압박은 그만큼 대단하다. 그러므로 시간의 압박에서 한 발자욱 물러나는 것이 현명하다.
두려움이나 불안 혹은 열정으로 인해 스스로 통제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느낄 때는 상대방에게 화장실을 가야겠다고 말하며 쉬는 것이 좋다. 화장실이든 어디든 혼자서 방해받지 않고 있을 수 있는 곳에 가서 잠깐만 쉬어라.

마음의 여유를 찾기 위해 느리게 호흡을 해야 한다.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을 여러 번 한 다음에 마음을 가다듬고 감정에 대한 통제력을 찾아라.

통제력을 찾은 다음에 협상에 임해도 늦지 않다. 아니 오히려 그편이 당신에게 훨씬 더 유리하다. 잠깐 동안의 휴식은 협상에서 중요한 포인트로 자리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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