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닝 가 10번지를 목표로 (6)

정인봉(변호사) 譯

시민일보

| 2007-06-06 19:18:56

‘철의 여인’의 힘은 인사 면에서도 나타났다. 대처는 반소 강경 노선을 강력히 비판해 온 모들링을 당내 외무장관의 자리에서 추방했다. 기본적인 정책에서 자신과 의견을 달리하는 자는 사정없이 자르는 인사정책을 대처는 이때부터 시작했던 것이다. 다만 대처는 사람을 자르는 경우 감정에 쫓겨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타이밍 캐치에 유의했다. 이런 교활함, 신중함이 있었기 때문에 어쨌든 그림자 내각을 통솔했고, 수상이 되고 나서도 반대파를 안고 있으면서 내각 내 운영에 성공한 것이다.

당수 선출 당선 직후에 히스가 대처의 협력 요청을 거부한 이래 양자 사이는 그대로 싸늘했다.

이 해 10월 블랙풀에서 당 대회가 열렸다. 대처가 당수가 되어 첫 정식 당 대회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대처가 새 당수로 어떤 연설을 할지 히스와 화해가 될지 초점이 되었다.

이때 대처보다 하루 늦게 회장에 도착한 히스는 우레 같은 박수로 환영 받았다. 당수 선거에 패배한 패군지장에 대한 위로의 박수였다. 히스는 회장의 박수에 응해 손을 흔들었으나 대처의 존재를 완전히 무시했다.

이날 많은 카메라맨들이 대처와 히스가 악수하는 모습을 촬영하려고 대기하고 있었다. 양자의 화해의 장으로 당 대회는 알맞은 무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카메라맨들의 계획은 보기 좋게 어긋났다.

그날 밤 시내 임페리얼 호텔에서 식사 중인 마가렛 앞을 히스가 지나갔다. 이때도 히스는 마치 대처가 보이지 않는 듯이 행동했다.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이다. 그러나 그로서는 기르던 개에게 물린 격이었다. 자신을 당수 자리에서 쫓아낸 대처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날 밤 신문기자와 술을 마시면서 히스는 그만 속내를 털어놓았다. “대처와 그녀를 지지하는 키스 조셉은 과격파다. 국가와 보수당에 언젠가는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 다음날 신문은 일제히 히스의 말을 보도했다.

신문 보도에 대해 그 발언을 일단은 부정했지만 그 태도는 너무나 비겁했던 것이다. 대처가 각광을 지나치게 받는 당 대회에 염증을 느꼈기 때문일까? 히스는 그대로 런던으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한편 대처도 히스의 그와 같은 태도에 심하게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회에서 당수 연설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새로운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만 하였다. 그녀는 자신의 히스에 대한 감정을 마지막까지 감추기로 하였다.

그러나 다음날 연단에 올라간 대처는 지금까지의 불안이나 초조함을 모두 내던지고 그 믿는 바를 모두 이야기했다.

“어떤 국가나 경제, 사회생활이 국유화나 국가관리에 의해 지배되고 있을 때는 번영할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의 가치에 대해, 재능과 장점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것에 대해, 우리의 유산과 위대한 과거에 대해, 교묘한 공격이 가해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민족적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고, 영국 역사 속의 이 세기를 어두운 압박과 실정일 때 희망이 아닌 절망의 날로 바꾸어 쓰고자 하는 자가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 여기서 저의 비전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즉 인간은 바라는 대로 일하고, 수입을 사용하며, 재산을 소유하고, 국가를 주인이 아니라 하인으로 삼을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영국이 과거로부터 계승해온 권리인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자유로운 국가의 기본이며, 이 자유야말로 다른 모든 자유의 기본인 것입니다.”

일하는 자가 일하는 만큼의 대가를 얻으며, 인간은 그 노력에 대해 보답 받아야 한다는 것이 대처의 철학이었다. 연설이 끝나자 사람들은 모두 기립했고 박수의 폭풍이 계속되었다.

※본란에 연재되는 내용은 구로이와(黑岩徹) 원작을 정인봉 변호사가 번역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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