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2)

김정기(국제변호사)

시민일보

| 2007-06-07 18:59:12

어떠한 종류의 자극이 없이도 김일영씨는 차를 사고픈 욕구를 드러내 보이며 먼저 가격을 제시해올 것이다. 그때까지 자세를 낮추지 말고 의연하게 협상에 임해야 한다. 협상의 속도를 느긋하게 가져감으로써, 또 어떠한 양보도 거부함으로써 이중호씨는 우월한 입장에서 협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때서야 비로소 그는 협상의 구상 자체를 통제하게 되는 것이다.

이같은 시나리오를 따라갔을 때 다음과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차에 관해서 20여 분간 대화를 나눈 후에, 김일영씨는 이중호씨가 자신이 부른 가격을 결코 낮추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믿을 것이다. 마침내 김일영씨는 자신의 가격제안을 하기에 이른다.

“글쎄요, 차가 좋기는 하지만 조금 더 사용하면 전체 점검이 필요하겠지요. 그러니 이 차에 대한 가격 2000만원에서 200만원만 빼는 것이 어떨지요.”

김일영씨는 처음 부른 가격에서 200만원을 낮춘 협상 가격을 제시했지만, 이중호씨는 양보할 마음이 없으므로 두려움이 없다. 그러니 여전히 이 협상의 구도를 통제할 수 있다. 이제 흥정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영화나 TV에서처럼 다음과 같이 진행될 수도 있다.

김일영씨가 1800만원의 흥정가격을 내놓았을 때 이중호씨는 그 흥정가격에 대한 자신의 가격을 내놓기 전에 오래 뜸을 들여야만 한다. 그 사이에 그는 자신의 차를 팔기 시작해야 한다. 그는 돈의 액수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하는 마음을 억눌러야 한다. 왜 그런가? 그렇게 할 때 김일영씨의 마음에 불안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마음 속으로 다음과 같이 의구심을 품을 것이다.

‘도대체 이 사람이 이 차의 가격을 한푼도 안 깎아주면 어떡하지? 정말 마음에 드는 차인데... 2000만원이면 감당할만 하긴 해. 하지만 조금은 깎아야 하지 않을까?’

김일영씨가 불안감으로 양보를 생각할 때까지 이중호씨는 가격을 낮출 생각이 전혀 없는 것처럼 행동해야만 한다.

양보의 발언이 이중호씨 본인이 흥정 상황에 대한 통제권을 계속 가지고 있을 수 있도록 매우 교묘하게 발언되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는 한 가지 가격만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두 가지 가격을 내놓았다. 이것이 김일영씨의 방어심리를 무너뜨려서 소폭의 가격 하락에 말려들도록 유도한 것이다. 또한 이 양보의 액수가 상대적으로 매우 작다는 것을 알아보아야 한다. 이중호씨가 양보한 앞서의 예에서는 400만원을 깎았지만 양보를 하지 않은 예에서는 겨우 100만원만 깎았던 것이다.

앞서 말했다시피 협상은 오래 끌수록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이중호씨는 계속해서 비타협적인 척 해야 한다. 그는 구매자인 김일영씨가 새로운 흥정가를 내놓도록 기다려야만 한다. 보시다시피 이런 유형의 협상은 영화에서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린다. 양측이 반씩 양보해 깔끔하고 정확하게 협상되는 예는 드물다.

절대로 양보하지 말 것. 꼭 해야 한다면 형식적인, 매우 작은 양보를 하라. 상대방이 양보를 하거나 새로운 흥정가를 내놓은 후에 나오는 당신이 하는 양보 또한 매우 소폭이어야 한다. 최초 흥정가와 수정된 흥정가 사이의 긴 시간동안 제품의 강점을 논리적으로 지적함으로써 판촉행위를 해야 한다. 새로이 협상이 시작될 때마다 판매에 유리한 긍정적인 면의 목록을 늘려가야 하는 것 또한 물론이다.

자동적으로 반씩 양보하는 합의를 생각해서는 안 된다. 최초의 호가와 상대방의 흥정가 사이의 차이에서 반 이상을 이편에 유리하게끔 노력해야만 한다.

영리하고 효과적인 협상가라면 실제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협상에서 얻고자 하는 바에 대한 명확한 상이 있을 것이다. 목표로 하는 지점에 실제로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양보함에 있어 굉장히 인색해져야 한다. 앞서 양보하지 않도록 애써야 하며 최초의 양보를 할 때에도 매우 소폭으로 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는 양보가 미덕의 덕목이지만 협상의 거래에서는 상대방에게 결정권을 내어주는 것이 되므로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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