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닝 가 10번지를 목표로 (8)

정인봉(변호사) 譯

시민일보

| 2007-06-10 19:42:43

그 결과에 놀라고 질려버렸던 히스는 법에 의해 노조를 규제할 게 아니라, 협조하면서 신뢰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게 되었다.

‘당내 고용장관’ 프라이어는 히스파의 태두이기도 하여 히스의 의견에 동조했다. 보수당은 지금까지의 선거에서도 적지 않게 노동조합의 표를 얻고 있었다. 히스파 중에는 노조내의 보수표를 잃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대처는 히스파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노조가 지나쳐서 국가를 기울어지게 했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회사나 국가가 규칙을 손톱만큼만 바꿔도 파업을 한다. 그것도 정규 절차를 밟지 않는 위법한 파업=와일드캣 스트라이크(wildcat strike, 본부의 지령 없이 노동조합의 지부나 조합원의 일부가 분산적으로 하는 동맹 파업---역자 주)이다.

예컨대 런던 지하철 빅토리아선의 시각이 개정되었을 때가 그랬다. 시각 개정에 수반되어 빅토리아역의 운전사 휴게시간이 12분에서 7분으로 단축되었다. 이래서는 차 마실 시간이 없어진다고 운전사들은 파업에 돌입했다. 아무런 절차도 취하지 않은 느닷없는 파업이다.

영국 최대의 자동차 기업 브리티시 레이랜드(British Leyland)의 경우는 갱의실 로커의 위치를 당국이 무단으로 바꾼 것만으로 파업에 들어가서 자동차 생산이 중지되었다.

“영국인은 혼자 있을 때 신문의 크로스워드 퍼즐을 즐기고, 두 사람이 되면 대화를 즐기며, 3명이 모이면 파업을 즐긴다”라 할 정도의 파업 천국이었다.

대처는 이런 풍조를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그녀는 언젠가 노조의 힘을 줄여야 할 때가 올 것으로 믿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가 ‘지금’이라고는 판단하지 않았다. 히스가 노조와 전면 대결하여 막 패배한 지금, 다시 노조를 적으로 돌려 이길 수 있을 만큼의 힘이 그녀에게 없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대처의 장점은 ‘때를 읽는’ 실력을 가지고 있는 점이다.


그러나 대처보다 우파인 자 또는 대처의 스태프 중에서조차 그녀의 노조 대책이 미온적임을 비판하는 자가 있었다.

하지만 대처는 현재 싸움이 진행되는 전쟁터는 경제이며 노조 대책은 아니라고 느끼고 있었다.

대처가 노조와의 싸움을 결심하는 것은 정권을 잡고 나서 3년째, 1981년이 되고 나서이다.

대처는 신념의 정치가, 이념 추구형의 정치가라는 말을 듣는데, 실제로는 이념 추구적 태도와 현실적 태도가 교대로 나타났다. 어떤 때는 선교사, 또 어떤 때는 전술가로 두 개의 얼굴을 나누어 사용하고 있다. 통화주의를 추구하는 장면에서는 선교사이며, 반대파의 경질이나 노조 대책의 장면에서는 만만치 않은 전술가라는 식이다.

이것은 그녀의 ‘찬스를 읽는 방식’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대처는 현 상황에서는 무리라고 생각해도 가까운 장래에 반드시 자기 주장이 통할 것으로 판단했을 때는 과격한 선교사가 된다. 그러나 신념의 추구로 자기가 정치적으로 파멸된다고 확신했을 때는 전술가가 된다. 이 본능적이라 해도 될 판단력이야말로 대처를 위대한 정치가로 만들어낸 요인의 하나였다.

대처의 반대 당, 노동당의 해럴드 윌슨 수상은 대처를 이렇게 표현했다.

“마가렛은 분명히 부지런하다. 그녀의 큰 특성은 일에 모든 것을 바치는 것이다.

※본란에 연재되는 내용은 구로이와(黑岩徹) 원작을 정인봉 변호사가 번역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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