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의 종결 (1)
김정기(국제변호사)
시민일보
| 2007-06-10 19:43:38
직업적인 판매원이 아니라 하더라도 시간을 관리함에 있어 항상 능숙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때는 거래의 마지막 단계에 있다.
경험이 많은 협상가들이라면 협상의 끝이 가까워올수록 보다 창의적이고 유연하게 협상하려 한다. 협상이 시작되고 몇 시간, 혹은 몇 일이나 몇 주가 안 되었을 때는 소폭의 양보를 하는데도 주저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기꺼이 흥정하려 하고 거래하고자 한다. 왜 그런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답을 제시해 놓았다.
사람들은 협상이 시작할 때보다 끝나갈 때 보다 수용적이 된다. 이유 중의 하나는 협상이 막 시작되었을 때에는 상대방의 제안이 비합리적이며 받아들이기 힘들게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이란 그 어떤 것에 친숙함을 느낄수록 그것에 점점 더 편안함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낯선 것보다 익숙한 것을 선호하는 행태는, 협상 태도까지 포함하여 인간 삶의 대부분의 영역까지 확장된다. 전형적인 인간의 자아는 낯선 것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무언가가 익숙해지기를 원하는 것은 그저 인간의 본성이다.
이런 진실을 이해할 수 있다면, 협상가로서 이 진실을 자신에게 혜택이 되게끔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협상이 시작되면서 제안들을 했는데 상대방에게 곧장 거부되었다 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마라. 이것은 그저 정상적인 인간의 심리가 작동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처음에는 낯설고 불공평해 충격을 주었던 그 제안이 반복되다보면 점점 더 익숙해지고 친숙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그들에게 친숙한 것이라면 그 어떤 것에도 안전함과 편안함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반복 제안을 한다면 점차 그 제안들은 상대방의 마음에서 용인되기 시작할 것이다. 즉 당신이 제안한 생각들을 상대방의 의식 속에서 점차 더 습관화시키라는 일이다.
협상 초기에 어떤 양보도 없이 자신의 입장을 반복하는 인내야말로 재능 있는 협상가의 특징 중 하나이다. 협상가의 기술 대부분은 상대방을 설득하고, 그 사람들의 마음을 바꿀 수 있는 능력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 사람들을 설득하는 주요 전략 중의 하나는 친절하고, 공손하게, 예절바른 모습으로 당신의 입장을 반복하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당신의 입장에 대한 정당성을 제공하면서 그 입장을 조금씩 다른 말로 되풀이하라. 궁극적으로 상대방은 당신의 사고방식에 적응하기 시작할 것이다.
강바닥의 바위들은 한 가지 이유로 부드럽고 둥글다는 사실을 자신에게 계속해서 상기시켜라. 흐르는 물이 수십 년 혹은 심지어 수백 년에 걸쳐 돌의 모서리 위로 흘러가면서 점차 그 들쭉날쭉한 모서리를 부드럽고 둥글게 만든다. 영리한 협상가로서의 일은 물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목표하는 합의에 이를 때까지 부드럽고, 꾸준히 행로 안에 있는 저항하는 장애물들을 다듬어 가는 것이다. 명심하라.
거래를 성사시킬 태세가 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 마지막 단계로 가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과 협상하는데 거래를 종결시키기 위해서는 마지막 순간에 유인책을 던질 필요가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는 거래의 일부로서 제공해야 하는 추가 품목들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것들을 아껴서 협상의 심리적으로 결정적인 시점에서 미끼로 던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예는 이 사실을 보다 명확하게 해 줄 것이다.
앞서 나온 이중호씨는 자신의 차를 2000만원에 팔려고 했다. 이중호 씨는 어떠한 경우에도 그 아래로는 팔지 않겠다 생각했다. 구매자인 김일영씨도 그 차의 가격으로 2000만원은 지불하지 않겠다는 생각 역시 단호하다.
이 상황에서 이중호씨가 자신이 최종적으로 부른 가격인 2000만원을 받아내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가 김일영씨에게 흥정가를 높이게끔 확신시킬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몇 가지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다. 예컨대 이중호씨는 부대장치들을 얹어 팔 계획이었지만, 영리하게 그는 이 물건들이 거래에 포함된 것이라는 사실을 구매자에게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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