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닝 가 10번지를 목표로 (10)
정인봉(변호사) 譯
시민일보
| 2007-06-12 15:34:01
영국 수상의 아들이 행방불명이 되었으므로 큰 소동이 났다. 대처는 지도자로서의 긍지를 가지고 평정을 가장했으나 내심은 안절부절했다. 수상 관저에서 프랑스인 여성 드라이버가 구출되었다는 소식이 들어왔을 때는 정말이지 모두 가슴을 쓸어 내렸다. 대처는 여느 때와 같은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그녀가 심한 불안을 이겨내고 있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후 뉴스는 완전히 달라져 마크가 여전히 행방불명이라고 전해왔다. 이때부터 대처는 영국의 지도자에서 그저 한 어머니가 되었다. 아들의 안전을 기도하는 연약한 어머니로 변한 것이다. 경제정책에 노조 대책에 대소 외교에 강력한 자세를 유지하던 ‘철의 여인’은 어딘가로 사라지고 말았다.
각의에서나 의회에서나 그녀는 지금까지 대로 행동하려고 했으나 누구의 눈에도 그녀의 태도는 지금까지와 달랐다.
점심 모임에서 강연을 하기 위해 호텔에 들어가려고 하는 대처에게 신문기자가 마크의 행방을 물었다. “유감이지만 아직 뉴스는 없습니다. 당연하지만 무척 걱정입니다.” 그렇게 대답한 순간 대처의 눈에서 눈물이 한꺼번에 샘솟았다. 긴장의 끈이 끊어졌는지 이후에는 흐느껴 울 따름이었다.
대처가 남들 앞에서 처음으로 보인 눈물이었다.
다음날 신문은 ‘대처, 소리 높여 울다’라고 큰 표제를 달았다. 대처의 눈물 그 자체가 빅 뉴스였던 것이다.
대처의 눈물은 그녀를 철의 심장을 가진 여성 지도자로 보던 자를 놀라게 했는데 동시에 안도감도 주었다. 그녀도 역시 남의 부모라는 것을 알고 친근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각고 면려하여 스스로의 노력과 능력에 의해 수상의 자리를 손에 넣은 대처에게 약점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어머니의 자리’였다. 만일 그녀에게 콤플렉스가 있다면 그것은 아들을 생각대로 기르지 못했다는 자책감일 것이다.
어른이 된 자식의 사생활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 영국 모친다운 태도지만, 종종 아들의 여성문제가 매스컴에 나오는 게 재미있을 턱이 없다. 마크는 ‘퀸즈’ 라는 테니스 클럽에 들어갔는데 테니스 기술을 연마하는 것보다 젊은 여성에 둘러싸여 있는 시간이 오히려 많았다. 메서디스트 파의 경건한 신자로 자란 대처는 연달아 여성과의 염문을 흘리는 마크 때문에 속이 썩을 대로 썩었다.
됨됨이가 좋지 못한 자식일수록 귀엽다고 하는데 대처도 예외는 아니었다. 마크의 행방불명 사건으로 뜻밖에도 대처는 스스로의 모성을 드러낸 것이었다.
대처는 바깥에 있더라도 여성임을 포기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처럼, 가정에서는 늘 어머니이고자 했다. 그녀는 당수가 되고 나서나 수상이 되고 나서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어야만 되었던 고생에 대해 한번도 말하지 않았다. 이전에 보수당 후보 전형위원회는 그녀가 어린아이 둘이 딸린 어머니라는 이유로 후보에서 제외했다. 교육장관일 때나 당수가 되고 나서나 여자라는 이유로 바람이 거셌다. 그래도 대처는 여자라는 것이 정치 활동에 영향을 준 적은 없다는 자세를 견지했다. 자신의 능력과 노력이야말로 현재의 자신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여자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도 없었고, 남녀가 완전히 같다는 입장에 선 것도 아니었다. 그렇기는커녕 자신이 여성 정치가로 보인다는 것을 끊임없이 의식하고 있었다.
※본란에 연재되는 내용은 구로이와(黑岩徹) 원작을 정인봉 변호사가 번역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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