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력 있는 협상가의 성격 (2)
김정기(국제변호사)
시민일보
| 2007-06-13 20:06:49
약 2년 쯤 전에, 한국의 다국적 기업에 일하던 친한 친구가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지사로 전근을 가게 되었다. 맡은 업무를 하는 데 18개월이 걸릴 예정이어서, 회사는 내 친구가 일년 반 계획으로 가족들과 함께 미국에 머물 수 있도록 이주비용을 지불하였다. 그들 부부에게는 동원이라는 아들이 한 명 있었다. 나는 그 아이가 자라는 것을 죽 지켜보았다. 미국으로 갈 때 동원이는 14살이었다.
어느새 일년 반이 지나 친구는 한국으로 돌아왔고 친구로부터 저녁식사에 초대받았다. 나는 친구의 해외 거주 경험을 기대하며 친구의 집으로 들어섰다.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덩치가 큰 젊은이가 달려와 악수를 청하면서 커다란 미소를 띠었다.
“이렇게 변하는데 아들의 노력이 크긴 했지만 또 한사람 내 동생에게 감사하고 싶어. 동생은 우리가 떠나기 전에 아들을 앉혀놓고 이야기를 나눴다네. 그때 나는 거기에 없었지만 나중에 동생이 둘의 대화에 대해 말해줬어. 정말 고맙더군.”
그러니까 아이의 작은 아버지가 소극적이고 수줍음 많은 성격을 걱정해서 아이에게 미국에서의 생활동안 자신을 바꿀 것을 조언해 주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감동 받았다. 분명 지혜롭고 동정적인 사람임에 분명한 아이의 작은 아버지는 예리한 조언으로 어린 조카를 이끌어주려 했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가 아이의 수줍음을 나무라지 않고 비웃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자신감에 가득찬 그 누군가와 비교하는 짓은 더더구나 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아이 스스로 변하여 자신감을 갖게끔 자신감을 심어주는 방법, 자신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알려준 작은 아버지야 말로 현명한 협상가임에 틀림없다.
내 친구는 나에게 그 대화가 아이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다고 알려주었다. 서울에서 시애틀로 가는 11시간의 비행시간 동안 동원이는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고 했다. 비행기가 미국 땅에 착륙했을 때, 내 친구는 아들에게서 거의 마법 같은 변화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여느 때처럼 수줍게 몸을 구부리고 비행기 복도로 나가는 대신, 아들은 힘차게 팔을 뻗어 위 선반에서 짐을 집어들고는 자신감과 결의에 찬 걸음걸이로 걸어 나가더라는 것이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그 긴 국제선 비행에서 새로이 태어난 듯 보였다고 했다. 아이의 성격과 행동의 변화는 시간이 가면서 계속되었다고 했다.
변화를 선택한 사람들에게 있어 변화는 언제나 가능하다. 자연스럽게 변화에 자신을 맡기면 그 충일감으로 인해 새로이 태어나게 된다. 변화는 언제나 자신이 선택한다는 것을, 아이의 삼촌은 알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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