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닝 가 10번지를 목표로 (15)

정인봉(변호사) 譯

시민일보

| 2007-06-19 20:44:47

대처는 니브의 죽음에 대해 눈물도 흘리지 않았고 푸념도 하지 않았다. 수상이 되고 나서 니브가 살아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은 몇 번이고 대처의 가슴에 오갔을 테지만, 결국 그런 생각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고 전진만을 생각하는 것이 대처의 방식이었다.

대처가 당수가 되어 첫 선거는 니브를 애도하는 전투로 변했다. 대처는 니브의 아내 다이아나에게도 선거를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다이아나에 대한 협력 요청은 일본적인 애도 전투와는 약간 의미가 다르다. 슬픔 속에서 괴로워하는 것보다 선거전에 휘말리는 편이 다이아나의 시름이 잊혀질 것이라는 배려에서였다. 대처의 배려이다.

선거전에서 대처가 첫째로 제시한 것은 감세였다. 극단적인 누진과세가 국민의 일할 의욕을 없애고 있다고 생각하던 그녀는 감세야말로 보수당이 첫째로 해결해야 할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둘째로 그녀가 내세운 것은 “법과 질서”였다. 국민은 노조의 위법 파업나 위법 피켓에 진저리를 내고 있었다. 법에 의거하여 질서를 회복한다는 대처의 정책은 국민의 공감을 얻었다.

하지만 그녀가 무엇보다 강조한 것은 영국 국민이 스스로의 손과 발에 의해 일하고 이마에 땀을 흘리는 것이었다. 국가에 의지할 게 아니라 자신의 능력과 노력에 의해 자력 갱생하여 영국을 재생시키자고 호소했다. 대처는 경제를 소생시키고 영국을 부활시키는 것은 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부활을 위한 자조 노력, 대처 정권은 그것을 목표로 전진하겠다고 계속 말했다.

보수당은 선거용으로 텔레비전 광고도 만들었다. 가령 이런 식이다.

미국, 영국, 서독, 프랑스, 일본 등의 번호를 붙인 각국 선수가 100m 경주에 참가한다. 레이스는 처음에 일본, 서독 선수가 앞서 달리고 있다. 영국 선수는 목에 매달린 추 때문에 처지기 시작한다.

보수당의 대표자가 그 추를 제거해주자 영국 선수는 갑자기 맹 스피드로 달리기 시작하여 일본과 서독 선수를 따라붙는다. 썰렁하다면 썰렁하겠지만 영국을 구하는 건 보수당이라는 PR이다.


대처는 또 이미지 형성을 위해 광고회사 “서치 서치”의 충고에 즐겨 따랐다. 자택 가까운 슈퍼에서 쇼핑백을 들고 카메라맨의 앞에서 몇 번이나 포즈를 취했다. 각지에서 정육점과 채소가게로 몸소 가서 카메라와 텔레비전의 피사체도 되었다.

“저는 주부로서 쇼핑하러 가니까 아는 겁니다. 노동당이 아무리 인플레를 내렸다고 억지를 부려도 식료품이 얼마나 값이 올랐는지 안답니다.”

대처와 스태프는 비행기를 전세 내어 전 영국을 돌아다녔다. 이른 아침부터 협의, 연설회, 그리고 다시 협의, 강연회로 쉴 틈이 없었다. 스태프의 한 사람은 이렇게 고백했다.

“우리가 피곤해서 점차 기운이 빠져가는 것과 반비례하여 그녀는 더욱 아름답고 더욱 활발해져 갔다.”

필자도 대처의 선거운동에 따라다닌 적이 있다. 영국의 선거에서는 호별 방문이 허락되어 있어서, 후보자는 각 가정을 가가호호 돌면서 지지를 호소한다. 그녀의 경우 절대 유리한 정세였으니까 그럴 필요도 없었으나, 자신의 선거구에서 압도적인 강력함을 보여주는 것이 리더십의 확립을 위해서도 중요하므로, 호별 방문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처를 따라 걸으며 그 스피드에 놀랐다.

10m를 겨우 4, 5초 만에 걷는 것이다. 시속으로 환산하면 약 8킬로미터이다. 걷는다기보다 달리는 편에 가깝다.

※본란에 연재되는 내용은 구로이와(黑岩徹) 원작을 정인봉 변호사가 번역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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