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투의 제1기 (1)

정인봉(변호사) 譯

시민일보

| 2007-06-21 17:04:10

밀러의 말을 비서에게 타이핑 시키면서 대처는 드디어 자신이 수상이 된다는 것을 실감했다.

오전 5시가 되어 자택에 돌아왔지만 정말이지 잠들 수 없었다. 지금까지의 반생을 뒤돌아보고 앞으로 자신의 어깨에 걸려올 무게를 생각하자 흥분은 가라앉기는 커녕 점점 더 심해져 갔다.

그랜덤 식품 잡화상의 딸은 자기 능력과 노력에 의해 사회의 계단을 뛰어올라, 여성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드디어 영국 최고 권력자로 올라선 것이다. 이때 그녀가 가장 감사하고 싶었던 것은 자신에게 신념을 심어주고 정치에 눈뜨게 해준 아버지 알프렛 로버트였다.

그녀는 “내 정치의 스승은 아버지였다”고 거듭 말했는데, 실제 그 아버지가 없었으면 여성 수상 대처는 태어나지 않았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 아버지는 이미 이 세상에 없다. 승리를 함께 나누고 싶었던 또 한 사람의 남성, 에어리 니브도 없었다. 그를 위한 애도 전투에 이겼다는 만족감만이 단 하나의 위로였다.

1979년 5월4일 대처는 가족과 함께 보수당 본부에서 전화 1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의 광경을 ‘마가렛 대처’의 작자 페니 주노아는 이렇게 썼다.

방은 정적으로 돌아갔다. 캐롤이 왔다갔다하는 소리와 의자에 앉아 졸고 있는 데니스의 가벼운 코고는 소리가 들려올 뿐이었다.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누구나 긴장했다. 버킹엄 궁전에서의 전화일까? 캐롤이 수화기를 들었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두 귀를 기울였다.

“네, 네. 아니 아닙니다.”

그녀가 방에 돌아왔다. “잘못 걸린 전화예요”, 다시 정적이 돌아오고 긴장이 높아졌다. 5분 후 전화벨 소리가 정적을 깼다.

“틀림없이 이 전화예요.” 캐롤이 이렇게 말하며 전화를 받으러 갔다. 또다시 긴장했다.

“네, 감사합니다. 기다려주세요.”

캐롤이 방에 돌아왔다.

“히스씨가 축하 인사를 하겠답니다.”

마가렛은 30초간 가만히 앉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렇게 대답했다.

“그에게는 네가 충분히 감사의 말씀을 전해줘.”

지금은 히스와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었다. 5분 후 다시 전화가 울렸다. “틀림없이이 전화예요”하고 캐롤이 같은 말을 하며 뛰어 일어나 옆 사무실의 전화를 들었다.

“네, 네. 잠깐 기다려주십시오.” 방에 돌아온 캐롤은 “써 필립 무어(여왕의 비서)예요”라고 말했다.

마가렛은 의자에서 일어나 데니스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옆 사무실로 갔다.

“안녕하세요, 써 필립. 마가렛 대처입니다.”

4분 후 방에 돌아온 대처는 “자, 출발합시다”라고 했다. 데니스는 넥타이를 고쳐 매고 마크는 어머니를 안으며 자랑스러워 목소리를 떨며 “수상 각하”하고 속삭였다.

“아직 아니야”하고 마가렛은 정정했다. “(궁전으로 가는) 자동차가 부서질지도 몰라” 데니스가 비관적인 말을 했다. 그에 대해 마가렛은 단호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때는 걸으면 돼요.”

여왕은 대처를 수상으로 임명하고 정식으로 조각(組閣)을 요청했다. 수상 관저 앞에는 군중이 몰려들어 있었다. 필자도 다우닝 가 10번지의 관(館) 앞에서 대처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었다. 남편과 함께 자동차에서 내린 대처는 전 영국에서 가장 이름 높은 도어 앞에서 군중에게 손을 흔들며, 이 이후 몇 번이나 인용하게 되는 말을 했다.

※본란에 연재되는 내용은 구로이와(黑岩徹) 원작을 정인봉 변호사가 번역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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