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루즈, 900파운드 고릴라 (3)
김정기(국제변호사)
시민일보
| 2007-06-21 17:04:43
소문은 바람보다 빠르게 번진다. 머지않아 대중의 여론에도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반영되기 시작하면 그들의 이미지는 극도로 하락할 것이다.
적절한 사례가 하나있다. 유럽 연합과 미국의 정부들이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불리한 사례를 하나, 둘 모으기 시작했을 때, 마이크로소프트사를 변호하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사업 행위가 불법적이고 독선적이었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그제서야 실질적이건 정신적이건 도움을 받을만한 친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언론은 만장일치로 이러한 말을 후렴구처럼 반복해서 보도했다.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처벌 받아 마땅하다”, “때가 되었다!”. “여론의 재판” 등등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던 것이다. 그것은 모두 몇 년에 걸쳐 그들 스스로 행해온 무자비한 고릴라 사업 전략 때문이었다.
우리는 윈/루즈 협상에 대해 확장된 시각으로 살펴보았다. 이 협상에서는 강한측이 약한측을 괴롭힌다. 승자에게는 최선이지만 패자에게는 최악인 불평등한 합의에 도달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형태의 협상을 학술 문헌에서는 경쟁적, 적대적 혹은 분배적 협상이라 부르기도 한다.
협력적 협상에서 기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양측 모두 결과에 대해 만족스럽게 끝을 낸다는 것이다. 양측은 협력적 협상이 끝을 맺게 됨으로써 자신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필요를 충족하게 된다. 타협은 각 당사자가 자신들이 원하거나 필요로 하는 것을 포기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결과에 대해 부분적으로 만족하도록 한다. 진정한 의미의 협력적 협상은 타협 대신 각 당사자의 모든 중요 요구가 충족되도록 한다.
협상에 처음 임하는 협상자들 다수가 경제적 이익이 전부인 현재의 경쟁적인 사업 환경에서 협력적 협상이 실제로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의문을 갖는다. 우리가 이해해야 할 것 중 하나는 갈등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이다.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일련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현명한 사람들은 문제와 갈등을 불가피한 것으로 볼 뿐만 아니라 실제로는 바람직한 것으로 본다. 모래알은 조개에 이물질이 될 수 있겠지만 조개는 이 때문에 특정 물질을 분비해서 결국 아름다운 진주를 만든다. 곧 직면한 문제로 인해 훌륭한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삶에 있어 많은 부분이 개인의 태도에 따라 갈등이나 문제도 좋은 것, 혹은 나쁜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흔히 말하듯 낙관주의자에게는 컵의 물이 반이나 찬 것이고 비관주의자에게는 반이나 비어 있는 것이다. 성공적인 협상자는 갈등에서 위협적이거나 비정상적이거나 혹은 거부감이 드는 점을 보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은 이것이 삶과 인간관계, 더 나아가 협상의 기본적인 현실이라 생각한다. 갈등을 부정적인 요인으로 보지 않고 창조적으로 요구를 충족하고 인간관계를 강화하는 긍정적인 기회로 생각하는 것이다.
협상의 목적이 자신의 요구만을 충족하는 것이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협상의 목적에 대한 정의를 좀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앞장에서 살펴보았듯이 욕심 많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체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이 육중한 대기업의 발에 짓밟혀왔다고 생각하면 중소기업체는 절대 도움을 주지 않을 것이다.
운동은 생존의 절대적인 목표가 아니다. 또 이기는 것만이 절대적이 되어서도 안 된다. 운동 자체는 즐기는 것이며 아이들은 운동을 즐기는 와중에 서로 협력하고 노력하면 저절로 게임에서 이기게 된다는 룰을 배우면서 성장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서로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대부분의 협상자들은 장기적으로 생존, 번영하는 길은 협력적(윈/윈) 협상 형태를 택하는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이 경쟁적이게 되면 이겨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제대로 된 협상에 임할 수 없을 것이다. 마치 900파운드의 고릴라와 협상하는 고역을 겪고 다시는 그 덩치 큰 골칫거리와는 협상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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