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투의 제1기 (2)

정인봉(변호사) 譯

시민일보

| 2007-06-24 20:49:14

“불일치가 있는 곳에 조화를, 잘못이 있는 곳에 진실을, 의심이 있는 곳에 신념을,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이 있기를.”

아시시(Assisi)의 성 프란체스코(Francesco)의 말이다. 스피치 라이터 로널드 밀러가 찾아낸 인용구였다. 이어서 대처는 자신의 말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누구에게 투표하든 모든 영국 국민에 대해 저는 이 말을 하고 싶습니다. 이제 선거는 끝났습니다. 우리가 자랑으로 삼는 이 나라를 위해 봉사하고, 이 나라를 강하게 만들기 위해 모두 노력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금은 저 세상으로 간 에어리 니브의 말을 인용했으면 합니다. ‘지금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대처가 인용한 성 프란체스코의 말은 상당히 비유적이었다. ‘진실’과 ‘희망’은 누구나 바라는 것이나, 문제는 ‘조화’와 ‘신념’이다. 신념을 관철하려고 하면 조화가 깨지고, 조화를 구하면 신념이 손상된다. 대처는 머지않아 조화보다 신념 쪽으로 기울어져 간다.

“지금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라며 다우닝 가 10번지의 도어 속으로 사라진 대처가 먼저 손을 댄 것은 각료 인사였다.

그녀는 조각에 대해 선거전 전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조각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당내의 다른 견해를 모두 대표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저의 직감이 가리키는 방향을 향하는 사람들만으로 구성하는 것입니다. 그 경우 내각은 프래그머티즘(현실주의)의 컨센서스(합의)를 넘어 움직이는 신념의 정부여야 합니다. 수상으로 당내 논의에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대처는 조각 시 자신과 같은 생각인 사람들을 선택하여 신념을 가지고 나아갈 것을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신념의 관철보다 조화 쪽을 택했다.

캐링튼(Carrington) 외무장관, 핌 국방장관, 워커 농림장관, 길모어 국새장관(Lord Privy Seal), 프라이어 고용장관, 솜즈 추밀원의장. 주요 각료는 히스 파의 중진들이 차지했다.


대처는 자신의 권력 기반이 아직 약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교육장관의 경험밖에 없는 그녀에게는 베테랑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지금 ‘자신의 직감이 가리키는 방향을 향하는 사람들’만으로 조각하면 당내의 심한 반발을 받아 그야말로 ‘당내 논의에 시간을 낭비’하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히스 파를 많이 받아들였다고는 해도 대처는 정작 히스만은 내각 내에 넣지 않았다.

보수당 당수가 된 이래 그녀는 몇 번이나 히스에게 모욕을 당해왔다. 긍지 높은 그녀로서 그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선거전 종반의 일이다. 보수당 위원장인 토니크로프트(Thorneycroft)는 대처와 히스가 나란히 기자 회견을 할 것을 제안했다. 보수당의 단결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선거대책본부의 사람들도 그렇다면 텔레비전에 함께 나갈 것을 제안했다.

이 말을 들은 대처는 안색이 변해 “그런 일은 결코 하지 않겠어요” 하자마자 자리를 떴다. 주위 사람들은 놀라서 바라볼 뿐이었다. 남편인 데니스도 “마가렛이 그 정도로 화내는 건 드문 일”이라 했다.

조각을 끝낸 대처 신 정권이 해야 할 일은 모두 선거 강령에 쓰여 있었다. 강력한 방위력, 법과 질서의 회복, 감세, 민영화, 공영주택의 불하 등이다. 그리고 먼저 착수한 것이 경제 재건을 향한 처방전 만들기였다.

※본란에 연재되는 내용은 구로이와(黑岩徹) 원작을 정인봉 변호사가 번역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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