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과 입장의 차이 (2)
김정기(국제변호사)
시민일보
| 2007-06-25 20:42:00
모든 협상자는 이익에 집중함으로써 각 당사자가 갈등을 해결하고 윈/윈 상황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필자는 몇 년 전, 유명한 영화배우의 집만을 사려 했던 할리우드 프로듀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의 입장은 꼭 유명한 영화배우가 살았던 집이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당시에는 유명 영화배우가 살았던 집은 시장에 나와 있지 않았다.
중개업자는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꼭 유명배우의 집이어야만 하는 프로듀서의 불변의 입장 뒤에 있는 그의 진짜 이익이 무엇인지를 알아내었다.
프로듀서는 명사들의 모임이나 파티에 자주 참석하곤 했었다. 그럴 때 집주인은 자신의 집이 유명 영화배우가 살았던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였는데 사람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프로듀서에게 그것은 무척 인상 깊었다. 손님들은 그 집에 살았던 유명 영화배우의 이야기를 관심 깊게 들었고 집주인은 자신의 집에 살았던 유명 여배우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것이다.
부동산업자는 프로듀서가 정말로 원했던 것은 자신의 집 이야기를 해서 손님들의 이목을 한 몸에 받고 싶은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중개업자는 프로듀서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집이 아니고 자아를 만족시키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흥미롭게도 화려한 과거를 가진 집을 통해 손님들의 관심을 끌고 싶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자 중개업자는 집들에 관한 사전조사를 했다.
하지만 아무리 조사를 해도 영화배우가 살던 집은 팔려고 내놓은 집이 없었다. 비록 영화배우가 살던 집은 아니었지만 어떤 집들은 집주인과 관련된 명성이 있고 사람들이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 중 한 집은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유명한 건축가인 모더니스트 건축가 라차드 뉴트라(유명한 할리우드 건축가인 루돌프 쉰들러의 학교 동창이다)에 의해 설계되었다고 했다.
중개업자는 잡지에서 유명한 건축가들에 대한 기사를 몇 개 복사했다. 그 기사에는 프로듀서에게 판매하려는 바로 그 집에 대한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중개업자는 프로듀서에게 기사를 보내 읽어보도록 했다.
하지만 프로듀서는 건축에 별 흥미가 없었으므로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자신의 동료들에게 리차드 뉴트라가 설계한 집을 살까 생각중이라는 말을 하게 되었다. 그 말을 들은 친구들이 대단한 관심을 보였다.
“그런 집이 시장에 나오는 건 흔치 않은 일이야.”
“정말 그 집을 산다면 자넨 큰 행운을 잡은 거라구. 나도 그가 지은 근사한 집에서 살아보는 것이 소원이라네.”
친구들은 이구동성으로 소리쳤다. 사람들이 리차드 뉴트라가 설계한 집을 갖게 된다는 생각만으로도 감동한다는 점을 알게 된 그는 갑자기 그 집을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한편 중개업자는 리차드 뉴트라가 설계한 집에서 현재 거주하고 있는 사람에게 그 집이 리차드 뉴트라가 설계한 몇 안 되는 집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기억해야 할 중요한 점은, 중개업자가 프로듀서가 왜 꼭 유명한 영화배우의 집이어야만 한다고 고집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았다는 사실이다. 프로듀서는 속마음을 이야기 했고, 진짜 관심은 유명한 집을 산 대가로 손님들에게 관심을 얻는 것임을 안 중개업자는 그의 이익을 충족할 수 있는 창조적인 대책을 찾았다는 것이다.
이 거래에서 다른 모든 거래와 마찬가지로 돈은 주요 고려사항이 아니다. 프로듀서가 원했던 것은 최저 가격에 집을 사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주된 관심사는 모든 친구들에게 자랑스럽게 과시할 수 있는 유명한 집을 얻는 것이었다.
변함없는 입장을 고집하는 상대방과 협상을 해야 하는 경우, 윈/윈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중개업자가 사용한 것과 같은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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