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후보검증

이기명(칼럼니스트)

시민일보

| 2007-06-28 20:40:53

{ILINK:1} 군부독재 시절, 이른바 시국사건이라는 올가미에 걸려 법정에 서면 이미 유죄였지. 왜냐고 묻는다면 어리석은 질문이지.

그 때의 법이 공정했느냐고 따진다면 법관들은 법이 그렇게 되어 있으니 도리가 없지 않으냐. 법관은 법대로 판결한다. 라는 모범답안을 제출하겠지.

유신독재시대의 협력자나 전두환 독재의 하수인이 재수 없게 걸려든 범죄의 재판은 어땠을까. 예단이 가능했지. 무죄라는 예단이네.

법을 알지도 못하는 인간이 무슨 예단 운운하면서 시비냐면 화가 나지만 하여튼 예단은 맞는 경우가 많았네. 법이 공정해야 한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겠지.

요즘 대선정국이라고 해서 온 갓 설이 난무하네. 어느 후보가 위장전입을 수십 번 했다. 이것은 부동산 투기를 위해서다. 재산은 수백억이다 아니 수천억이다. 수조원이다. 하는 설 설 설.

이건 어느 정당의 경우인데 이름을 밝히면 선관위에서 선거법 위반이라고 고발하지 않을까 겁이 나지만 이미 세상이 다 알고 있는 일이니 이름을 안 밝히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짓이라서 비장한 각오로 한나라당이라고 밝힐 수밖에 없네.

이명박과 박근혜의 관한 온갖 설이 춤을 추는 가운데 사실이냐 아니냐 하는 것은 지극한 관심사지만 국민으로서는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는 일이네.

조사할 권한도 없고 정보력도 없어 진위를 밝히기는 완벽하게 불가능하네.

한나라당도 답답하겠지. 가장 좋은 방법은 당사자들이 누가 들어도 믿을 수 있도록 솔직하게 고백을 하고 그걸 국민들이 100% 믿어 준다면 이보다 더 좋은 해결책이 어디 있겠나.

허나 그걸 기대하기란 불가능한 것이고 보나마나 결백하다고 할텐데 무슨 효과가 있겠나. 그렇다고 그냥 방치해 둘 수도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판국에 등장한 것이 이른바 검증이라는 것이네.

왕년에 날리던 검사를 위원장으로 모시고 이런저런 사람들을 위원으로 앉힌 한나라당의 검증위원회는 활동을 개시했지. 한나라당한테는 대단히 안 된 소리지만 이 때 등장하는 게 바로 예단이네. 국민들은 검증위가 뜬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코 방귀를 뀌었거든. 검증은 무슨 검증. 지들끼리 숙덕숙덕 적당히 의논해서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판정할걸.

이런 것을 일컬어 면죄부라고 한다더군.

이번 한나라당의 경우도 다르지 않아서 국민 누구나 후보들에게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데 당사자들이 무슨 소리를 해도 국민들은 믿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지.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고 그러니 아무도 안 믿어 줄 바에야 면죄부라도 줘야 할 것이 아니냐. 그런 얘기네. 아주 초보적인 전략이지. 그리고 이것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데 한나라당의 비극이 있고 한계가 있는 것이네.
개인 생각이네만 만약에 이명박이나 박근혜가 자신들에게 던져진 의혹 중에서 그래도 조금은 그럴듯한 것을 골라 양심고백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국민들이 진정성을 알아 줬을까.

아마 헛소리를 한다고 비웃는 사람이 많을걸세.

요즘 위장이란 말을 많이들 하고 있네. 이명박의 위장전입이 들통 나자 아니라고 펄펄 뛰며 법적대응을 한다더니 진짜로 밝혀지자 슬그머니 꼬랑지 내리고 자식들 학교 때문에 몇 번 “위장전입을 했을 뿐”이라고 고백했네. 그리고 흐지부지야. 총리나 장관 인사청문회 때 위장전입은 양잿물이었지.

도둑놈이 경찰복을 입고 경찰관 행세를 한 위장범죄도 있네. 가장 흉악한 것은 매국노가 애국자로 위장을 한 것이네. 이완용을 비롯한 을사오적이 자기로서는 애국이라 생각하고 매국을 했다고 하니 이야말로 희대의 위장범죄가 아니겠나.

그런데 위장범죄를 “뿐”이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네. 기가 막히기로는 한나라당이나 이명박이나 박근혜도 마찬가지겠지.

한나라당 검증위에서 “뿐”이라는 무혐의판정을 내리자 국민들의 웃음소리가 하늘에 높고 당 안에서도 답답해하는 사람들이 많네. 특히 같은 대선후보 경쟁자인 원희룡은 작심하고 바른 소리를 했는데 들을만한 얘기네.

검증은 철저하고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하네. 그러나 문제는 최소한 국민의 상식적 정서를 충족시킬 수가 없다는 것이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발탄 같은 후보들이라 어느 누구도 칼 같은 검증의 잣대를 대기가 두려운 것이네.

누군들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완벽하게 착한 인간으로 살 수가 있겠나. 문제는 자신의 잘못을 끝까지 숨기고 착한 사람으로 위장을 하느냐 아니면 잘못을 참회하고 용서를 비느냐.

혹시 그것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지 누가 아나. 지금 국민이 한나라당의 면죄부에 대해서 더 할 수 없는 분노를 느끼고 있음을 명심해야 된다는 것이네. 국민 데리고 논다는 얘기 들으면 어쩌겠나.

국민의 분노가 얼마나 무서운 줄은 이미 경험한 한나라당이 아닌가.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