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적대하는 상대와의 협상 (1)
김정기(국제변호사)
시민일보
| 2007-07-02 21:08:08
적대적인 협상자 중에는 거짓말하는 것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협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유리하게 하기 위해 사실을 왜곡할 수 있다면서 협상력과 협상 수단을 높이려고만 하는 까닭이다.
최근에 미국에서 코카콜라와 버거킹 햄버거 사이에 있었던 실화가 있다. 2000년에 코카콜라는 프로즌 코크라는 이름의 얼음으로 된 슬러쉬 타입의 음료를 출시했다. 동시에 고가의 프로즌 코크 음료기를 버커킹의 8400개 점포 중 일부에 설치해서 시장을 테스트했다. 신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알아보려는 것이었다. 프로즌 코크 음료기는 자주 고장이 나는 반면 유지비가 비쌌다. 또한 대중들에게 그리 인기가 있는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에 버거킹 측은 이 상품에 대해 썩 만족해하지 않았다.
대중들에게 별다른 인기도 없고 버거킹 측도 만족해하지 않자 코카콜라 측은 1만 달러를 주고 그 제품을 PR 해 줄 사람들을 골랐다. 그리고는 아이들을 데리고 버거킹으로 가서 프로즌 코크를 포함한 메뉴를 공짜로 사주도록 했다.
이로 인해 프로즌 코크를 주문하는 소비자의 수는 인위적으로 부풀려졌다. 코카콜라는 프로즌 코크의 반향이 무척 좋으며 소비가 늘어난다고 버거킹에게 테스트 결과를 거짓으로 말했다. 버거킹의 경영진은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프로즌 코크가 곧 인기 있는 신상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8400개 점포에 이 음료기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후 버거킹 측은 상품 테스트 결과가 코카콜라 측으로부터 조작된 것이라는 점을 알아냈고 결국 코카콜라 측은 이를 인정했다. 버거킹은 코카콜라와 협상한 계약을 취소했다. 코카콜라의 회장인 스티븐 헤이어는 버거킹 경영진과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막후협상을 즉시 시작했다. 버거킹은 코카콜라측과 “공정하고 평등한 재정적인 결론”에 도달했다는 발표를 했으며, 프로즌 코크 음료기를 그대로 두고 계속 판매하겠다고 말했다.
음료 업계의 소식통에 의하면 코카콜라 측은 프로즌 코크를 계속 판매하기로 하면 버거킹 측에게 주기로 약정했던 인센티브보다 1천만 달러 더 많은 돈을 주기로 하고 결론을 냈다고 한다. 이것은 계약을 협상하는데 있어 관련 자료에 대해 거짓말을 한 경우 얼마나 상황이 악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매우 적절한 사례라 하겠다.
결국 코카콜라 측은 자신들의 비윤리적인 행위로 인하여 업계에서는 망신을 당하고 버거킹에게는 1000만 달러라는 거대한 돈을 더 지불하게 된 것이다. 그 일로 인하여 코카콜라는 정직하게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정직하지 못하면 단기적인 이익을 볼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더 큰 손해를 입게 된다. 그리고 비윤리적인 행위는 언제든 발각이 되는 법이며 그 순간부터 세인들로부터 회사의 이미지는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만일 협상 상대방이 당신을 속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 경우 어떻게 자신을 보호할 것인가? 여기에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자신을 보호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스스로 조사를 하거나 상대방의 주장을 독립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것이다. 모든 협상에서 자신들의 협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제시되는 모든 증거는 제3자에 의해 객관적인 검증을 받아야 한다. 버거킹의 경우 테스트 대상 점포에서 프로즌 코크가 인기가 높다는 코카콜라의 조사 데이터를 신뢰했다. 하지만 코카콜라측이 제공한 데이터를 신뢰함으로써 버거킹은 속고 말았다. 버커킹 측은 비용이 들고 번거롭더라도 코카콜라측이 모르는 시장에서 직접 시장조사를 해보거나 사설탐정을 통해 코카콜라 측 시장조사의 방법론과 신뢰성을 알아보아야 했다. 기업이 이런 류의 조사를 위해 사설탐정을 동원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만일 버거킹이 스스로 데이터를 축적하는 작업을 했더라면, 혹은 코카콜라의 데이터를 검증하기만 했더라면 속지는 않았을 것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