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과 ‘끝’은 서면으로 하시지요!

최부환(서울지방노동청 서울강남지청장)

시민일보

| 2007-07-05 20:34:28

‘스캇 보라스(Scott Boras)’를 아는가? 미국 메이저리그 프로야구 선수들의 계약을 중개하고 대리하는 사람(Agent)이다. 이 사람은 선수가 현재의 팀과의 계약이 만료되어 다른 팀을 찾아 나설 때 계약을 담당한다.

미국문화의 일부는 ‘계약의 문화’라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가족, 친구, 아는 사람 간에 거래할 경우에 평소의 친분이나 신뢰를 바탕으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관행이 남아있다고 추측된다.

실례로 노동부에 제기되는 수많은 민원사건 중 상당수가 계약조건에 관한 다툼이라면 믿을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사실이 그렇다. 대부분 구두계약을 하였고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간에 기억의 차이인지 이해의 차이인지 모르겠지만 계약조건에 대한 다툼이다. 근로계약서 한 장이라도 있었으면 이런 다툼은 아예 처음부터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7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 간 개정 근로기준법은 이런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근로관계의 ‘시작’인 근로계약의 체결과 근로관계의 ‘종료’인 해고의 경우 서면으로 명시해야 함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서면 명시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위반 책임에 따른 벌금은 물론이고, 해고의 경우 그 효력까지 부정하고 있다는 점은 과거에 비추어 매우 획기적인 조치라고 생각된다.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회사는 근로자에게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 소정근로시간, 휴일 및 연차유급휴가에 대하여는 서면으로 명시해야 하며, 근로자의 요구가 있으면 그 근로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될 수 있으므로 근로계약 체결 시에 근로조건을 명확히 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한편, 근로계약의 종료로서 ‘해고’의 경우 회사는 해고의 사유 및 그 시기를 서면으로 명시하여야 한다. 특히, 이를 위반하면 해고의 효력이 부인되어 ‘부당해고’에 해당되는 바, 이에 대한 내부적 체계를 점검하고 대비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근로계약서 한 장’이 분쟁이 전혀 없는 사회를 만들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줄이거나 예방할 수 있지는 않겠는가. 이 글의 제목처럼 적어도 ‘시작’과 ‘끝’은 서면으로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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