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습니까, 믿습니까…”
이기명 (칼럼니스트)
시민일보
| 2007-07-09 16:51:12
{ILINK:1} 1973년 초 여름 여의도 5.16광장에는 수십만의 인파가 모였네. ‘빌리 그래함’ 목사의 설교를 듣기 위해서였지.
수십만이 모인 이 집회에서 빌리 그래함 목사는 성경을 중심으로 설교를 했고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지. 방송을 통해 들은 그의 설교는 진실과 겸손 그리고 열정적이었으며 감동적이었네.
그는 청중들에게 기독교를 믿느냐는 질문도 하지 않았고 자신을 믿느냐고도 하지 않았네. 오로지 성경을 통한 진리만을 설파했네.
요즘 돌발영상에는 이명박 박근혜의 싸움이 수 없이 등장하네. 그 중에서도 특히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히 이명박이지. 왜냐하면 이명박은 지지율 1위의 대권예비후보이자 의혹 1위의 후보이기 때문이네.
머리 털 나고 이렇게 많은 의혹을 달고 다니는 후보도 처음 봤네. 의혹의 끝은 어딘지 예측한다면 천하의 용한 점쟁이가 될 것이네.
이명박의 많은 돌발영상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이 있더군. 어느 지역 지지자들한테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장면인데 몹시 격앙되었더군. 마치 부흥회에서 설교하는 모습이었네.
자신에게 쏟아지는 온갖 의혹을 부인하면서 결백을 주장했네.
“믿습니까. 믿습니까. 믿습니까. 믿습니까.” 그는 오른쪽 왼쪽, 아래 위 네 곳을 향해 “믿습니까”를 던지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 믿습니까” 하고 묻더군.
청중들은 믿는다고 화답을 하더군. 이명박의 마음은 어땠을까. 모두들 저렇게 날 믿는구나 하고 감격을 했을까.
그러나 그 장면을 보면서 느낀 솔직한 내 심정은 어떤 것이었을까. 제일 먼저 느낀 것은 짜증이었네. 도대체 국민이 무슨 죄가 있다고 저런 추잡한 의혹을 한도 끝도 없이 들으며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가.
잘못이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알아듣게 솔직한 해명과 고백을 하고 국민에게 판단을 맡길 수는 없는 것일까.
또 한 가지는 사실여부는 차치하고 이 나라 지도자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에 대한 혐오와 구역질이네.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 나랴는 속담을 굳이 들지 않아도 이명박은 이미 신뢰를 잃을 상당한 전과가 있네.
그는 선거법을 위반해서 의원직을 상실했고 김혁규가 말한 위장 전입과 관련해서 처음에는 부인을 하다가 나중에 들통이 나자 사실이라고 인정을 했네.
이런 전과가 국민들로부터 믿음을 잃었고 아무리 팔을 벌리고 청중들에게 “믿습니까”를 외쳐도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고 공허하게만 들리는 것이라네.
언제나 그렇듯이 이번 이명박의 대한 각종 의혹이 여론의 중심을 차지하자 조중동은 아예 후보검증은 뒷전이고 오히려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의 이명박 관련 심층취재를 시비하고 나섰지.
어디서 그런 정보를 알았느냐는거야. 공작이라는 냄새를 풍기는거지.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부끄러운 언론이네.
요즘 이명박의 떼쓰는 모습을 보면 이건 국민을 완전히 바보취급 하는 것으로 느껴져 화가 나네.
수십억 수백억 재산을 가진 이명박의 처남 김재정이 2억이 없어 빚을 못 갚았다는 사실을 어떻게 자기들 설명대로 믿으란 말인가. 이제 특수부가 조사를 한다니 들어 나겠지.
이명박을 따라다니는 기라성 같은 잘난 인물들은 납득이 될까. 판사 검사 언론사사장. 수 백 명의 교수자문단 앵커출신 의원들이 이러면 안 된다고 이명박을 말려야 되는 게 아닌가.
원래 싸움에 밀리면 제 정신이 아니지. 지금 이명박의 형편을 보면 조중동 빼고 사면초가라고 할 수 있네. 시체야.
국민들은 누가 사이비 정치꾼인지 잘 살펴야 되네. 지도자 잘 못 뽑고 나서 손가락 자르면 뭘 하나. 자르기 전에 잘 해야지.
또한 지도자들도 입에 발린 달콤한 소리만 할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이 믿을 수 있도록 잘못이 있으면 참회하고 용서를 구해야 하네.
이명박처럼 자신을 믿느냐고 아무리 해 봤자 진정이 통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불신만 키우는 결과가 오지 않겠나.
의혹이 또 터지면 이명박은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또 다시 소리 높여 외치겠지. “믿습니까. 믿습니까. 믿습니까. 믿습니까. 내 말을 믿습니까.”
그러나 이 말을 진정이라고 들으며 믿겠다고 할 국민들이 몇 명이나 될지 난 대답할 수가 없다네.
박 군.
이명박은 세상이 다 아는 검증된 독실한 신앙인이네. 톨스토이의 ‘하나님은 아신다 그러니 기다리라’는 비록 소설이지만 진실을 밝히시는 하나님의 무서운 섭리가 있네.
‘빌리 그래함’목사의 설교나 톨스토이의 소설이나 모두가 진실의 소중함을 말하는 것일진대 비록 최고의 권좌를 꿈꾸는 지도자라 할지라도 진실 앞에서 겸허해야 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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