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키 프로세스’ 의 교훈

김경수(병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교수)

시민일보

| 2007-07-12 19:00:41

{ILINK:1}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한 평화포럼에서 동북아 평화체제의 모델로 ‘헬싱키 프로세스’를 언급한 것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유럽의 다자협력안보에 대한 관심이 전에 없이 제고 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열린 제4회 제주평화포럼 개회식 기조연설에서 “6자회담이 북핵문제 해결 후 동북아 안보협력체로 확대돼야 한다”며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를 낳은 헬싱키 프로세스가 이 지역 평화체제의 모범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헬싱키 프로세스’는 크게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협의는 1973년 7월3일부터 닷새간의 1단계 본회담(준비회의), 같은 해 9월18일부터 1975년 7월21일까지의 2단계 본회담, 1975년 8월1일의 마무리 정상회담 등 3단계의 과정을 이른다. 또 광의에서는 2005년 7월 폴란드 외무장관(아담 롯펠드)의 비엔나 OSCE회의 발제 ‘헬싱키 프로세스 30년 회고’처럼 헬싱키 최종결의 완성 후 각종 후속회의를 통해 회원국들의 의무이행 상황 점검 등 유럽지역의 안보협력과정을 총칭한다.

여기서는 헬싱키 프로세스의 핵심인 유럽안보협력회의(OSCE)의 성립과정과 교훈, 특히 한반도 평화에의 함의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전후 동서독의 분단국경을 확정하고 동유럽에서의 소련의 영향력행사를 보장받을 목적으로 소련이 처음 제의한 유럽안보협력회의는 그 자체로서는 무기나 병력의 감축을 대상으로 하는 군축협상은 아니었으나 군사적 신뢰구축조치(CBMs)를 포함하고 있어 오늘날 그 비중이 높아가는 다자 협력안보의 모델이 됐다.

MBFR은 처음부터 NATO와 WTO의 병력산정문제, 협상방식 및 감축대상 무기처리문제, 검증·사찰문제 등에 대한 이견으로 10년 이상 별 진전이 없는 회의를 끌어오다 1986년 마감하고 1989년 3월부터는 유럽재래식전력감축협상(CFE)이 시작됐다.

한편, 유럽안보협력회(CSCE)의 참가국은 당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16개국과 바르샤바조약기구(WTO) 7개 회원국 및 바티칸, 산마리노 등 미니국가를 포함하는 비동맹·중립 성향 12개국이 포함되며 1973년 6월의 예비회담을 거쳐 같은해 7월 헬싱키에서 첫 본회담을 개최하였다.

유럽안보협력회의(CSCE)는 1995년 1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로 개칭, 상설 국제기구화 되면서 1999년의 비엔나 문서(Vienna Document)에 이르기까지 4개의 새로운 협약(문서)을 체결하여 각종 군사적 신뢰구축조치들을 강화해 왔다.

이와 같은 일련의 헬싱키 프로세스 전개과정을 살펴볼 때 우리는 한반도 안보와 관련, 다음과 같은 시사점과 교훈을 도출해 낼 수 있다.

첫째, 먼저 군사적 신뢰구축 이전에 정치적 신뢰구축이 어떤 형태로든 선행된다는 사실이다.


둘째, 군사적 신뢰구축에 있어서는 처음부터 구속력이 있는 강력한 조치들을 합의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초기에는 참여국의 자발적인 시행을 권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NATO와 바르샤바조약기구 회원국 사이에 이견으로 협상이 교착상태에 들 때는 전체 35개 협상 참여국 가운데 1/3에 가까운 12개국의 비동맹·중립 성향의 유럽국들이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자임함으로써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 같은 헬싱키 프로세스의 시사점과 교훈에 비추어 북핵문제 해결을 포함해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를 구현하기 위한 동북아 지역의 다자안보협력의 방향을 생각해 보자.

먼저 ‘정치적 신뢰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남북간의 신뢰구축 못지않게 북·미, 북·일간의 관계 정상화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둘째, ‘군사적 신뢰구축’과 관련, 헬싱키선언에서처럼 군사훈련의 사전통보, 참관요청 등 군사적 투명성을 높이는 사전통제 장치는 초기 시행과정에서는 상대방의 ‘선의의 협력’을 구하다가 점진적으로 구속력 있는 감시·검증의 과정을 밟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끝으로 헬싱키 프로세스의 교훈은 양자 모드 보다는 다자 모드가 유용했다는 점이다.

후자의 경우, 헬싱키 회의 당시 유럽국의 거의 대다수가 포함된 35개국이 참여하고 특히, 이 중 12국이 동·서 양 진영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비동맹·중립국이었다는 사실은 이 지역에서 헬싱키 프로세스를 추구하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전체 회의 참여국의 1/3을 차지하는 중립성향 국가들이 NATO(16국)와 바르샤바조약기구(WTO, 7국) 동맹국들의 의견 대립시 적극적인 중재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아시아판 헬싱키 프로세스를 추구하는데 있어서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할 사안이다.

따라서 이 지역 다자안보협력회의도 가능한 참여국의 상당수는 역내 안보현안에 중립성향을 갖는 국가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