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정치 끝장내야
배일도(한나라당 의원)
시민일보
| 2007-07-15 19:31:29
{ILINK:1} 정치 바람이, 딱 꼬집어 말하면 대통령 선거 열풍이 이 계절의 날씨만큼이나 뜨겁게(때로는 후텁지근하게 때로는 짜증나게) 부는 요즘, 새장에 갇혀 배우고 익힌 말을 끊임없이 해대는 앵무새가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이 땅의 정치가들이 국민에게 그런 모습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하는 상상 탓이리라.
[논어] ‘자로’편을 보면, 공자는 “정치를 하게 된다면 무슨 일부터 먼저 하겠냐?”는 질문을 받고 “먼저 필히 이름을 바로잡겠다.(正名)”고 답한다. 이를 의아해하며 자로가 그 이유를 묻자 공자가 아래와 같은 뜻을 밝힌다.
‘군자는 자기가 모르는 것에 관해서는 유보하여 둔다.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맞지 않고, 말이 맞지 않으면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일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예악이 성행하지 않고, 예악이 성행하지 않으면 형벌이 바로 가해지지 않는다. 형벌이 바로 가해지지 않으면 백성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한다.’
(정명(正名), 즉 이름을 바로잡겠다는 것은 각자의 본분을 충실히 하게 함을 뜻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우선 말이 맞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맞지 않는 말, 멋대로 뱉어내는 앵무새의 말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노자는 [도덕경] 56장에서, 지자불언 언자부지(知者不言 言者不知 - 아는 사람은 말을 삼가고 말하는 사람은 제대로 모른다.)라 하여, 역시 함부로 말하는 것을 경계한다.
그런데 대선을 앞둔 요즘의 정치권을 볼라치면, 정명(正名)의 노력보다는 언자부지(言者不知) 수준의 행태가 판을 쳐 국민을 난감하고 답답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국민은 정명(正名)의 노력 없이, 그래서 맞지 않는 앵무새 정치가들의 말들을 들으며 감동하지 못한다. 감동은커녕 냉소를 보내거나 손가락질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물으면서 말이다. 도대체 정치는 우리 삶을 어떻게 하겠다는 말인가? 정치가들은 이에 답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런데 현실은 과연 어떠한가?
우선 이른바 범여권이라 불리는 진영에서 요즘 흔히 쓰는 자기주장, 그 정치적 소신의 말들을 한번 보자.
, , , , 자신들이 이런 가치들을 추구하는 정치 세력이라고 국민에게 내세운다.
그런데 많은 국민들이 공감의 박수를 치지 않으니, 왜 그럴까? 앵무새의 말처럼 들려서 그런 것은 아닐까?
중도의 실체는 무엇인가? 좌파에도 치우치지 않고 우파에도 치우치지 않는 그 무엇인가? 보수에도 치우치지 않고 진보에도 치우치지 않는 그 무엇인가? 사회주의에도 치우치지 않고 자본주의에도 치우치지 않는 그 무엇인가? 자본에도 치우치지 않고 노동에도 치우치지 않는 그 무엇인가?
21세기 지식정보사회를 좌파와 우파, 보수와 진보 등과 같은 과거의 이분법적 시각으로 바라볼 수 없고, 당연히 그런 어제의 시각으로 오늘과 내일의 희망을 가꿀 수 없다. 그런데도 여전히 거기에 매달려, 이쪽에도 저쪽에도 치우치지 않는다며 중도 운운하는 것인가?
평화? 길게 말할 것도 없다. 이라크 국민들에게 참혹한 비극을 안긴 탐욕스런 미국의 침공, 그에 동조하고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에 찬성한 사람들이 자칭 평화 세력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소가 웃을 일 아닌가?
민생? 여권의 한 대선 주자가 말한다. 한나라당도 민생을 말하지만 그것은 가짜라는 식으로 말이다. 자신들이 말하는 민생 살리기가 진짜라는 것이다. 진짜 민생 살리기라는 것이 양극화의 심화와 비정규직의 양산과 같은 우울한 현실을 만들었는가?
개혁? 범여권을 두고 ‘말로만 개혁하는 세력’이라는 냉철한 평이 이미 내려졌다. 그것이 진정 부끄러워 당의 간판을 바꾸려는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기대해 볼 일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미래? 자신들의 정치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미래만이 미래인가? 거기에만 희망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참으로 오만한 태도가 아닌가? 미래는 어느 한 정치 세력의 독점물이 아니다.
중도! 중도! 평화! 평화! 민생! 민생! 개혁! 개혁! 미래! 미래! 참으로 소란스럽다. 왜 이리도 앵무새가 많고 또 말들이 많은가?
앵무새의 말이 정가를 소란스럽게 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10년만 봐도, 여당과 야당은 ‘민생’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공방을 벌였다.
한쪽에서는 상대방을 향해 ‘수구 냉전 세력’이라고 손가락질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상대방을 향해 ‘친북 좌파 세력’이라고 삿대질을 했다. 지금도 여전하다. 이런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듣는 국민은 무슨 생각을 할까? 민생에 관심을 두지 않는 앵무새들의 공방으로 보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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