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청문회, 유유범범(悠悠泛泛)해서는 안돼

유기준(한나라당 의원)

시민일보

| 2007-07-17 18:44:13

19일이면 이번 경선의 최대 하이라이트인 검증청문회가 열리게 된다. 이명박 후보의 재산검증 문제가 소송사태로 비화되고 박근혜 후보의 최목사관련의혹 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검증청문회가 한나라당 대선 경선의 향방을 가름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선을 꼭 한 달 앞두고 열리는 이번 청문회는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집중되어 경선의 대세를 가늠할 척도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 중요성에 비해 청문회로 이름 지어진 이번 검증은 그 내용과 형식이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가늠자로 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여 제대로 검증이 이루어질지 의문이 앞선다. 문제에 대한 보완 없이 청문회를 강행한다면 자칫 ‘빛 좋은 개살구’ 또는 ‘무늬만 청문회’가 되어 후보들에게 면죄부만 성급하게 주게 되어 국민의 냉대를 받을지도 모를 일이다.

많은 문제점 가운데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청문시간이 부족하다.

이번 청문회는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한 후보에 3시간을 할애해 진행할 예정이다. 국무총리나 장관의 인사청문회도 이틀씩 청문회를 하며 전국에 생중계를 하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청문회수도 1회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제기된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유권자의 OK사인이 날 때까지 열리는 것이 마땅하다. 지금까지 국민검증위원회에 접수된 제보만 100여 건에 달하는데 이를 3시간 만에 검증하겠다는 것은 애초부터 형식만 갖추고 면죄부를 주겠다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둘째, 청문위원단의 구성이 부적절하다.

검증청문회는 검증위원 9명과 실무위원 8명, 총 17명의 위원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나 각 후보 진영의 의원들은 배제되어 있어 실질적인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대로 진행된다면 제기된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이나 증거자료 제시에 많은 어려움과 한계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후보들을 잘 알고 사실관계를 해명할 수 있는 각 진영의 의원들과 다양한 계층의 전문가를 청문위원에 포함시켜 실질적인 검증이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한다.

셋째, 검증내용이 빈약하다.

제기된 의혹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면 관련된 공문서나 개인 재산관련 자료 들을 분석해야 하지만 당의 검증위나 청문위원단은 수사권이 없으므로 사실상 후보들이 비자발적으로 내놓는 제한된 자료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어렵사리 제출된 자료에 대해서도 계속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조사권 또는 수사권을 검증위가 가지고 있지 않아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후보진영에게 자료를 내라고 했지만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버티는 쪽이 훨씬 유리하게 되는 기현상이 나타나도 제재를 할 방법이 없다.

청문회 시작 1주일 전에 질의서를 미리 공개하며, 사전 증언을 청취하고 후보 본인에 대해서만 질의를 할 수 있도록 진행방식을 정해놓은 것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부정확한 자료 또는 부족한 자료를 제출하는 후보에게는 어떤 불이익을 줄 것인지를 정하는 것도 실질적인 검증에 이바지 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문회장에서 진실을 규명하기보다 후보자들이 마음 놓고 변명을 할 수 있도록 ‘헐값에 면죄부를 파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크게 우려된다.

한나라당은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의 잘못된 人選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통해 부동산 투기나 위장전입, 탈세 등 많은 부조리를 밝혀낸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제대로 된 청문위원단을 구성해 후보자들에 대한 철두철미한 검증을 마쳐야 할 것이다. 이번 청문회를 통해 우리는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경선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기보다 어렵고 그야말로 淸白吏가 아니면 후보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주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 한나라당의 검증청문회가 명실상부한 인사검증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선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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