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마리 토끼 잡는 법

배일도(한나라당 의원)

시민일보

| 2007-07-30 20:30:53

{ILINK:1} 토끼 두 마리 잡으려다가 한 마리도 못 잡는다는 교훈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아니, 마치 진리라도 되는 양 시시때때로 그 말을 목소리 높여 외치는 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심지어는 그 본뜻을 왜곡시키면서까지 말이다. 우리 사회를 쥐락펴락하는 그런 주장들을 몇 가지만 보자.

성장과 분배, 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다. 우선 성장하자! 분배는 그 다음이다!

분배와 성장, 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다. 우선 분배하자! 성장은 그 다음이다!

개발과 환경, 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다. 개발에 매진하자! 환경 보호는 그 다음이다!

환경과 개발, 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다. 환경 보호가 시급하다! 개발은 그 다음이다!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노동자의 권익 증진, 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다. 경쟁력 강화가 먼저다! 권익 증진은 그 다음이다! 노동자의 권익 증진과 기업의 경쟁력 강화, 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다. 권익 증진이 먼저다! 경쟁력 강화는 그 다음이다!

자기 입장과 가치관에 따라 각각의 주장은 그렇게 날선 칼날처럼 맞선다. 그러면서 사회 구성원들에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는데, 당신은 어느 쪽이냐?” 물으며 편을 갈라 맞서게 한다. 그리하여 서로 갈등하고 대립하고 투쟁한다.

우리 사회의 난제 가운데 난제인 노동 문제, 그중에서도 비정규직의 문제를 보자.

고용 불안과 실업과 저임금 등으로 생존의 위기까지 느끼곤 하는 노동자들이 권익 증진을 요구하는 것이 부당할까?

최근에 우리 사회의 핵심 화두가 된 비정규직의 양산으로 인한 갈등을 보면 문제의 심각성이 보다 뚜렷하게 드러난다. 고통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권익 증진을 요구하는 것은 우리 헌법에 명시된 행복 추구권에도 부합하는 것으로 정당하다.
그러면 기업주는 어떠한가? 무한 경쟁을 불러오는 세계화와 정보화로 특징지어지는 새로운 문명시대에서, 기계화와 자동화로 ‘노동의 종말’까지 입에 오르내리는 이 현실에서 그것이 가격경쟁이든 품질경쟁이든 경쟁력을 키워 살아남으려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이러니 우리는 어찌해야 할까? 권익 증진을 이루어야 자기 이익을 얻는 노동자와 경쟁력을 강화해야 자기 이익을 얻는 기업주가, 어찌 보면 모순 관계에 빠져 있는 양쪽이 수긍할 수 있는 공존의 틀을 만들 수 있을까?

유별난 낙관주의자가 아니라 해도 대부분 ‘만들 수 있다’ 쪽에 서려 하지 않겠나. 그렇다면 어떻게?

새로운 「국가보장제도」의 도입, 거기에 희망이 있지 않을까 한다.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노동자와 기업주, 그 둘의 본성을 솔직히 인정하고, 어느 한쪽의 희생이나 양보를 기만적으로 강요하지 말고 국가가 나서서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

먼저 일자리의 문제를 보자. 기업이 모든 국민의 일자리를, 만족스러운 일자리를 제공해 주리라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이다. 이러한 냉엄한 조건을 제대로 인식한다면 답은 하나다.

국가가 재정으로 공공근로와 사회복지부문 등에 일자리를 만들어, 취업의 의지는 있으나 행운을 얻지 못한 국민에게 제공하는 길밖에 없다.

더 나아가 꼭 필요하지만 사양 산업이라며 외면당하는 농업 부문 등에서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만들어 균형 잡힌 나라 발전을 이루어야 한다.

생존의 위기에서 벗어난 노동자는 자기 이익을 합리적인 선에서 추구할 수 있고, 고용 비용의 짐을 던 기업주는 기업의 경쟁력을 키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어갈 수 있다. 절망을 딛고 희망을 갖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갈등과 대립과 투쟁을 넘어서는 ‘두 마리 토끼 잡는 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나. 권력을 누가 잡느냐보다 이것이 더욱 중대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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