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왜 대통합신당에 가지 않는가
김성호(前 국회의원)
시민일보
| 2007-08-06 20:16:37
1. 어떤 미래를 창조한다는 것인가
새천년민주당은 2000년 총선에서 전국정당화의 발판을 확보했지만 주체의 오류라는 결정적인 한계를 안고 있었다. 부패정치, 패거리정치라는 말이 상징하듯 당의 주도 세력은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은 대안을 내놓는 대신 반독
재투쟁에 기여했다는 경력에 기대어 자신들의 기득권 구조를 강화하는 길을 선택했다.
그것이 16대 국회 내내 정풍운동이 끊이지 않고, 당의 중심세력이 아니라 외곽에서 노무현이라는 비주류 정치인이 대안으로 등장하고, 끝내 당내 개혁파 다수가 열린우리당을 만들어 뛰쳐나가게 된 근원이었다.
열린우리당은 이같은 새천년민주당의 오류와 한계를 극복하고 ‘정치개혁, 전국정당, 정당민주화’를 이루겠다는 대국민 약속과 함께 출발한 정당이다.
그러나 총선이 끝나자마자 개최된 17대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숍에서 확인된 실체는 ‘무개념 잡탕정당’이었다. 지난해 5.31 지방선거는 총선 이후 끊임없이 좌충우돌하며 국민을 우롱했던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국민의 정치적 탄핵이었다.
국민의 탄핵을 받았다면 무언가 수습책을 내놓는 것은 정치세력의 당연한 의무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쇄신 대신 시대착오적인 ‘반 한나라당’ 구호를 외치며 시계추를 거꾸로 되돌리는 길을 선택했다.
그 정점에 서있는 것이 바로 대통합신당이다. 그러나 과연 대통합신당은 새천년민주당의 한계를 극복하고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뿌려놓은 적폐를 일소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다고 믿는 사람은 신당에 참여한 인사들 중에도 없을 것이다.
대체 누구를 위한 어떤 미래를 창조한다는 것인가?
2. 대통합신당은 한나라당의 집권을 돕는 ‘정치상인 연합회’
정당은 이념과 노선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소신과 철학을 우리 사회에 구현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지, 다른 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정권을 잡으면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 합의된 대안도 없고, 대안을 내놓을 능력도 없는 사람들이 서로의 생각을 감추고 오직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우르르 모여 대체 무엇을 할 것인가?
대통합신당이 명분 없는 이합집산을 합리화하기 위해 내건 유일한 기치는 ‘한나라당 집권저지’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 대통합신당이 걷고 있는 길은 한나라당 집권을 저지하기는커녕 한나라당에게 정권을 헌납하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실패했을지언정 열린우리당의 창당 과정에는 정치개혁과 참여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이라도 있었다.
그러나 공허하기 짝이 없는 ‘반 한나라당’ 구호 외에 과연 대통합신당이 국민 앞에 내놓을 이념과 노선, 그리고 대안은 무엇인가? 대통합신당은 차라리 정당이 아니라 ‘정치상인 연합회’라 불러야 마땅하다.
3. 국민의 바람은 이념과 노선에 기초한 대안이다
지금이라도 정도를 가야 한다. 그것은 균형 있는 경제발전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대안을 내놓고 국민을 설득하는 일이다.
비전도 희망도 없는 대통합신당을 즉각 해체하고 이념과 노선을 기준으로 새로운 민주정당을 건설해야 한다.
나는 비록 17대 총선에 출마하지는 않았지만 노무현 후보 지지를 국민 여러분께 호소하고 열린우리당 창당에 참여했던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나 또한 크든 작든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개혁노선 이탈과 국정운영 실패를 막지 못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정치에서 최고의 윤리는 바로 책임을 지는 것이며 그 처음과 끝은 바로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는 일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또 다시 국민을 기만하고 역사의 물줄기를 거꾸로 되돌리는 대통합신당에 결코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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