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종한 사람과 수확하는 사람 같아야

유 기 준 (한나라당 의원)

시민일보

| 2007-08-08 20:01:48

{ILINK:1} 너에게서 나온 것은 너에게로 돌아오고, 자기가 뿌린 씨는 자기가 거두게 된다는 뜻의 출이반이(出爾反爾)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전국시대 추(鄒)나라와 노(魯)나라 사이의 전쟁에서 노나라가 승리하자, 싸움에 진 추나라 임금인 목공(穆公)이 맹자에게 이번 전쟁에서 지휘관들이 많이 죽었는데도 백성들이 이를 보고만 있었음을 한탄하였다. 이에 대해 맹자는 흉년이 들었을 때 지휘관들이 자기의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임금의 창고에 가득하게 있던 곡식과 보물을 꺼내어 백성을 구해야 한다고 간청하여 백성들을 구했더라면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하면서, 자기가 뿌린 씨는 자기가 거두게 된다(出乎爾者 反乎爾者也, 출호이자 반호이자야)고 하였다. 지도자가 욕심을 버리고 어진 정치를 하면 국민들은 지도자를 위해 기꺼이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은 일반적으로 자기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로 쓰이지만, 이 말은 그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 결과물도 가져야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원시 게르만법에도 이와 비슷한 법언이 있다. 즉, 씨를 뿌린 자가 거둔다(Wer saet, der wahet)는 원칙이다. 생산자에게 과실에 대한 권리가 귀속된다는 원칙이다. 요즘 한나라당의 경선과정을 지켜보면서 동서양에서 확인하고 있는 생산자 우선원칙이 새삼 생각이 난다.

지금의 한나라당은 128석을 가진 원내 제 1당의 위치에 있지만, 제17대 국회의원선거가 있던 2004년의 상황을 돌이켜 보지 않을 수 없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어 온 나라가 탄핵광풍에 휩싸이게 되었고, 탄핵역풍을 맞아 한나라당이 위기에 처하자 이를 구해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대표를 선출하여 천막당사로 이전하고,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게 되었다.

오로지 탄핵광풍만이 거세게 불어 닥친 지난 총선에서는 정치적 신념과 정책이 실종되어 전국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한나라당 소속 후보들이 박근혜 대표의 지원을 애원하였다. 여기에는 당의 중진은 물론이고 선수의 고하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의원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표는 너무 많은 사람들과 악수를 해서 손이 부어 붕대를 감은 채 지친 몸을 이끌면서도 오로지 당을 살려야 한다는 신념으로 많은 지역에서 지원유세를 하여 지금의 한나라당이 있게 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당이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최선을 다해 구하여 당을 반석 위에 올려 놓은 사람이 결과물을 수확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총선에서 한 번이라도 더 지원유세를 해달라고 애원하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등을 돌리는 것을 보는 국민과 당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국민과 당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노력하여 지금의 한나라당이 있게 했는데 이제 와서 다른 사람들이 운전석을 내놓으라고 한다면 국민들은 이해를 할 수 없을 것이다.

자기가 필요할 때는 도와줄 것을 애원하다가 급한 상황이 끝난 뒤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을 바꾼다면 언젠가는 자기도 뿌린 대로 거두게 될 것이라는 진리를 깨달아야 할 것이다.

씨를 뿌린 사람이 수확도 해야 하며, 노력한 사람이 대가를 갖도록 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점이며, 지도자의 자질이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명심해야 한다. 자기가 뿌린 씨는 자기가 거두어야 한다는 출이반이(出爾反爾)라는 고사성어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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