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 수석대표 회담에 관한 진실
김 근 식 (경남대 교수)
시민일보
| 2007-08-09 19:19:37
{ILINK:1} 지난 7월18일부터 20일까지 2박3일 동안 북핵 6자회담이 진행되었다. BDA 문제 해결과 영변 핵시설 폐쇄 조치 이후 다음 단계의 상호 행동을 논의하기 위한 수석대표간 회담이었다. 그런데 이번 회담의 결과를 놓고 우리 사회에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회담에 참가한 미국 측도 국무부 논평을 통해 회담이 유의미했음을 밝히고 북측 역시 회담 대표인 김계관 부상이 직접 나서 회담의 성과를 언급했는데도 유독 우리 사회에서만은 회담의 한계를 지적하는 소리가 적지 않다.
이번 회담을 폄하하는 주장은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 오랜만에 열린 6자회담인데도 애초의 기대만큼 합의 성과가 없었다는 것, 북한이 결국은 불능화 시한을 수용하지 않음으로써 애초부터 이행의지가 없었다는 것, 그리고 김계관 부상이 회의 끝나고 가는 길에 ‘턱도 없는’ 경수로를 주장함으로써 결정적 장애를 조성했다는 것이다.
우선 이번 6자회담이 이렇다 할 합의를 공식 도출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대해서 보자. 회담 결과 핵시설 폐쇄 이후 조치인 불능화 단계에 대해 북한이 명확한 시한을 못박지 않았다는 점에서 애초에 기대했던 것보다 빈약한 성과였다는 지적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물론 이번 회담에서 불능화의 시한과 구체적 로드맵이 도출되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회담의 형식이 ‘본회담’이 아니고 본회담과 본회담 사이에 개최된 조금은 덜 공식적인 ‘수석대표회담’이라는 징검다리 역할이었음을 감안하면 사실 불능화 로드맵이 합의 도출되기엔 부적절한 면이 있다.
두 번째 폄하 근거인 북한의 불능화 의지 결여 역시 ‘진실’은 조금 다르다. 이번 회담에서 북은 불능화 의지가 없음을 밝힌 게 아니라 오히려 불능화 의지를 강조했다. 회담 결과로 나온 언론발표문에도 명백히 북한의 불능화 의지가 확인되고 있다.
특히 김계관 부상은 미국과의 양자회담에서 ‘조건이 맞는다면 연내 불능화가 가능하다’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오히려 불능화 의지 확인에도 불구하고 연내 시한이 명시적으로 합의되지 못한 이유는 북한이 아니라 다른 곳에
우선 영변 원자로를 비롯한 핵시설을 완전히 못쓰게 하는 불능화는 사실 방사능 물질을 다루는 민감한 장치인 탓에 매우 복잡한 안전상의 기술적 문제가 철저히 준비되고 검토되어야 한다. 기술상의 안전문제가 확실하게 논의되고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의 불능화 시한만을 무조건 못 박을 수는 없는 것이다.
마지막 비판 지점은 김계관 부상이 거론한 경수로 제공 발언이다. 아직 불능화 시한도 못박지 않은 상태에서 한참 뒤에나 있을 경수로 문제를 끄집어 냄으로써 결국 불능화를 거부하는 빌미로 삼고 6자회담을 무력화시켜 핵폐기를 회피하겠다는 북측의 의도로 해석되었다.
그러나 이 역시 사실을 들여다보면 지나친 과장과 우려가 들어 있다. 김계관 부상이 귀국 당시 발언한 내용의 핵심은 경수로가 들어와야만 다음 단계 행동을 한다는 불능화의 전제조건이 아니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적어도 핵시설 해체 즉 핵폐기 최종단계 이전에 경수로 제공 문제가 ‘논의’되어야 한다는 입장이고 이는 사실 9·19 공동성명에 명시된 대로 ‘적절한 시점에’ 경수로 제공 논의를 해야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만 그 논의 시기에 대해 북한은 핵폐기 이전을, 미국은 핵폐기 이후를 주장하고 있는 차이이다. 따라서 경수로 논의 시기는 불능화 이후 단계에서 북한과 미국이 현실적인 절충점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폄하나 과장이 아닌 진실에 충실하게 입각한다면 이번 수석대표회담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은 2.13 프로세스를 가로막고 북미간 양자협상의 의지를 약화시키고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방해하는 발목잡기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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