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진 영(한나라당 국회의원)
시민일보
| 2007-08-13 22:05:50
{ILINK:1} 남북한 사이의 제반 현안을 대화와 협력을 통해서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그동안 남북대화에 임해 온 대한민국 역대 정부의 기본정신이다. 지난 1990년대 초(노태우 대통령 정부) 체결되어 남북 분단사의 일대 章典으로 평가받은 ‘남북기본합의서’도 이 정신에 입각해서 탄생한 귀중한 문건이다. 남북한의 최고 책임자가 만나는 정상회담 역시 이러한 기본정신에 토대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개최는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의 핵보유라는 중차대한 국가안보적 위기상황에 직면하여,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한 모든 가용한 수단을 강구해서 북핵 폐기를 조속히 실현하도록 노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이번 정상회담은 2000년 6월 개최된 제1차 정상회담 이후 지난 7년간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들의 많은 지원과 혜택을 받아 온 북한 정권이 얼마나 변했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는 의미를 갖는다. 우리 국민들은 ‘지원을 통해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한다’는 우리의 바램대로, 북한 지도부가 과거와 크게 달라지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제2차 정상회담 개최가 갖는 이러한 역사적 의미와 기대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과정을 돌이켜 볼 때, 다음과 같이 그 절차와 시기상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우리 정부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하는 과정에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의 기본정신에 충실하지 못했다.
제2차 정상회담 개최 합의는 국민적 합의 없이 비밀리에 추진되었으며 따라서 투명과 신뢰의 원칙이 크게 훼손되었다. 북한과 정상회담을 협의하는 과정을 국민에게 미리 알리거나 협조를 구하지도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다시 평양을 방문하는 것도 문제이다. 제1차 정상회담의 연장선상에서 실시되는 회담이라면 당시의 합의대로 당연히 김정일 위원장이 서울을 답방해야 마땅하다. 남한의 대통령이 제1차 회담의 합의를 지키지 못하고 재차 방북하는 것은 국가의 약속과 자존심을 지키지 못한 결정이다.
또한 제2차 정상회담이 ‘남한 대통령의 연이은 김정일 예방’이라는 북한정권의 대내 선전에 이용될 우려가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리 국민은 남북정상회담 개최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현 정권의 얼마 남지 않은 임기 중에 정상회담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시해왔다. 임기 말의 대통령이 남북한 사이의 굵직한 현안에 합의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고, 북한에 이용당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말에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만일 남북문제가 정치적으로 악용된다면 엄청난 국익의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 한 마디로 우리 국민 대다수는 정상회담이 정치적·파당적 목적으로 이용되는데 반대하고 있다.
제2차 정상회담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고 국민적인 지지와 환영을 받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다음 사항을 반드시 관철해 주기를 요구한다.
당면한 최대 관심사인 북핵 폐기를 위한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정상회담은 실패한 회담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정부는 2·13 합의의 철저한 이행은 물론이거니와 2·13 합의에서 소홀히 하고 있는 현재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 폐기에 대한 북한 정권의 구체적인 실천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
수도 서울과 수도권을 상시 위협하고 있는 전방에 배치된 북한의 장사정포 부대를 사정거리 이북으로 재배치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중거리 미사일과 장거리 미사일을 모두 폐기하겠다는 약속과 그 폐기 완료 시한을 보장받아
야 한다.
점점 고령화되고 있는 이산가족의 안타까운 현실을 외면하는 정상회담은 의미가 없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60세 이상의 이산가족이 원하는 만큼 남북한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획기적 전환점을 이룩해야 한다.
국군포로와 남북자의 명단을 제시하고 이들이 조속한 시일 내에 송환되도록 요구해야 한다.
남북장관급회담이란 제한된 대화형식으로는 보다 대폭적이고 심도 높은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을 보장할 수 없다. 이번 기회에 남북기본합의서 체제를 복원해서 정치, 군사, 경제, 사회문화 모든 방면에서 남북협력이 가속화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구체적 실천조치가 명시되지 않은 채 단순한 선언이나 약속을 담은 정치적 선언에 합의하는 것은 정치적 이벤트에 불과하다. 행동을 통해서 실천을 보장할 수 없는 선언은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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