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7)

정인봉 譯(변호사)

시민일보

| 2007-08-15 19:56:30

영국에서는 이런 파티에 초대 받은 경우 나중에 감사의 편지를 쓰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다. 필자는 즉시 이렇게 썼다.

“대처 수상 귀하, 저의 아내에 대해 제가 성실하게 일하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주신 것을 감사 드립니다.”
나중에 인검 수석 보도관이 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대처 수상은 그 인사 편지에 기뻐했어요. 그녀가 일벌레이고 보니 일본인의 일하는 모습에 경의를 품고 있기 때문이지요.”

대처 수상은 “모든 1분을 달릴 만한 가치가 있는 60초로 메웠으면” 하고 말해, 언제나 달릴 의욕을 보여주고 있었다. 실제 그녀만큼 일한 수상도 드물다. 일하는 데 최고의 가치를 찾아내고 근면한 일본인에게 경의를 품기도 한다. 이런 영국인은 필자가 보고 들은 평균적 또는 전형적 영국인과는 동떨어진 존재였다.

어쩌다 이런 인물이 태어났으며, 그것도 이런 인물을 기피하는 토양인 영국의 지도자가 될 수 있었던가? 이것이 대처라는 인물을 더욱 깊이 알고 싶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두 번째 개인적 동기였다.

필자 자신이 대처라는 여성 지도자에게 각별한 호감을 가진 것은 아니다. “대처를 존경하는 사람은 많지만 좋아하게 되는 사람은 적다”고 흔히 말한다. “저 코에서 빠져 나오는 듯한 말하는 스타일은 선생이 학생을 가르치는 듯해서 싫다”는 영국인을 몇 명이나 만났다. 각료들조차 “그녀는 항상 선생이고 우리는 학생이었다”고 투덜거릴 정도이다. 지도자는 상위 자니까 한 말씀 하는 식의 태도를 취하더라도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지만, 거기에 아래 사람이나 약자에 대해 경멸하는 눈치가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EC 수뇌회의 직후의 기자 회견 때의 일이다. 이탈리아인 기자가 그날의 조찬회에서 대화를 나눈 문제에 대해 질문을 했다. 그 이탈리아인 기자의 영어가 별로 유창하지 않아 “조찬이, 조찬이……” 하다 말이 막혀버렸다. 그 말을 들은 수상은 “아니, 어째서 우리가 조찬을 먹었냐고 질문하시는 겁니까?” 하고 말을 가로막았다. 순간 회견장에 웃음소리가 새나왔으나 금방 분위기가 깨지고 말았다. 농담한답시고 말한 서투른 대응에 질렸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영어가 유창하지 않은 이탈리아인을 경멸하는 듯한 태도가 여실히 보였기 때문이었다. 자국어가 아닌 말을 열심히 말하려는 자를 조소하는 듯한 태도에 어떤 불손함을 느꼈던 것이다. 아니면 영어로 고생하는 외국인 기자가 많았기 때문일까?

능력이 없는 자에 대한 그런 그녀의 태도를 봐버리면, 그녀에게 좋은 감정을 계속 가지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처의 삶에 주목한 것은, 그녀의 삶이 리더십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한 나라를 통솔하는 지도자에는 다양한 타입이 있다. 같은 영국 수상이라도 리더십의 스타일은 제각기 달랐다. 그러나 대처만큼 지금까지의 리더와 다른 정치가는 드물다. 그러면 어째서 이 정도로 비 영국적인 리더십이 영국에서 성공한 것일까? 대처의 리더십을 생각하는 것은 현대 영국의 정치, 사회 그 자체에 다가가게 되는게 아닐까?
이 책에서 영국의 정치, 사회의 본질을 밝힐 수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대처의 모든 것을 밝힐 수 있었다고도 생각지 않는다. 다만 무엇이 대처를 이렇게까지 길러냈는지, 영국이 왜 대처를 필요로 했는지에 대해, 약간이라도 대답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필자의 자그마한 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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