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페스토 정책선거 되어야

김 영 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시민일보

| 2007-08-28 17:18:13

지난 8월20일은 한국정당사에 길이 남을 날이다. 우선 한나라당은 1년 2개월의 기나긴 경선 과정을 당초 우려와는 달리 큰 사고 없이 마무리하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대선 후보자로 선출했다.

10년 야당인 한나라당이 새롭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 줌으로서 한국 정당사에 새로운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되었다.

한편 소위 여권은 열린우리당 중심으로 일부 시민사회세력, 구 민주당 탈당파 등이 중심이 되어 ‘대통합민주신당’이라는 이름하에 합당선언을 하고, 이어 18일 열린우리당 전당대회를 거쳐 지난 8월20일 합당수임기구 합동회의에서 최종 결의함으로써 원내 143석의 제1당이 다시 되었다.

백년을 가겠다는 약속하면서 창당한 열린우리당은 불과 3년 9개월만에 역사 속에 사라졌다. 여권은 오는 10월14일 대선 후보를 결정할 것이라고 하지만, 과연 어떤 후보가 무슨 정책을 가지고 12월 최종 본선에 출전할 후보로 결정될지 현재로서는 오리무중이다.

최근 전개된 한나라당 경선 과정이나 여권의 정당 통합 과정을 보면 아직도 한국선거가 정책 대결보다는 이미지 대결, 지역 대결, 세몰이 대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물론 한나라당의 경선 결과 후 승자와 패자간의 전개된 모습에 대하여 언론들이 격려와 찬양 일색이기는 하지만 유권자의 마음은 아직도 공허하다.

한나라당은 이번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과정에서 정책비전 선포식 등을 통하여 많은 변화의 노력을 보여주었다. 경선 과정에서 이명박 후보가 내세운 한반도 대운하, 박근혜 후보의 ‘줄푸세’ 정책에 대한 치열한 공방보다는 ‘도곡동 땅’ ‘최태민 목사’ 등등에 관한 네거티브 캠페인이 주를 이루었다. 여권도 마찬가지이다. 대선을 통하여 재집권을 하겠다는 ‘대통합민주신당’이 정강정책이나 당헌에 대한 진지한 토론 한번 없이 급조된 정책과 당헌을 가지고 대선을 승리하겠다고 하니 이는 유권자의 의식 수준을 과연 어떻게 보고 있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정당과 후보자들이 말로만 국가비전이니 미래 희망이니 외쳐서 무슨 소용이 있나. 감성에 호소도 좋고 선거 전략으로 네거티브 캠페인도 필요하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대선만 끝나면 대통령 후보 중심으로 멀쩡한 정당을 부수고 소위 ‘대통령당’을 만드는 정치권에 신물이 났다.


이번 대선에서는 후보자와 정당 지도부가 협력하여 국민을 감동시키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혀 줄 좋은 매니페스토(Manifesto)를 조속히 완성하여 문서로 국민에게 약속하길 바란다. 대선 임박하여 검증시간도 주지 않는 ‘깜작 공약’‘헛공약’이나 발표하지 말고 지금부터 한나라당은 ‘이명박 매니페스토’가 아닌 ‘한나라당 매니페스
토’를 작성, 유권자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여권도 마찬가지이다.

문서화된 매니페스토만이 이번 대선을 좋은 정책과 비전이 경쟁하며 합리적 토론과 질서 있는 선택이 가능한 올바른 선거로 이끌어 갈 수 있고 선거 후 대한민국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선진화된 사회로 만들 수 있다.

현재 국회에는 대선 시 매니페스토의 작성과 배포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제출되어 있다. 그러나 지난 번 선거법 개정 시 지방의원과 단체장에게 적용토록하고 대선과 총선에 관련된 규정은 개정하지 않았다.

여야정당의 후보자와 지도부는 대선 승리만 외치지 말고 선거법을 조속 개정, 이번 대선에서 매니페스토가 적용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우선 경선이 끝난 한나라당은 새롭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서라도, 또한 이명박 후보가 경선과정에서 지켜야 될 원칙으로 내세운 매니페스토에 의한 정책경선을 실천하기 위해서라도 국회 정치개혁특위를 통해 선거법을 조속히 개정, 오는 12월 17대 대선이 매니페스토에 의한 정책 선거가 되도록 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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