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제주발 감동…

이 기 명 (칼럼니스트)

시민일보

| 2007-09-17 19:23:30

지난 9월14일 강원도 춘천 호반에서 국민들은 오래간만에 감동을 맛보았지. 감동은 민주신당의 경선자인 한명숙 후보로부터 나왔네.

“나 한명숙은 이해찬 후보와 단일화를 이뤄냈습니다. 나는 경선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나만의 승리를 위해서 싸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보다 더 큰 것을 위해 마음을 비우고 결단을 했습니다.”

“경선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결례나 마음에 상처가 있었다면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고 본선에서 험난한 승부를 할 네 분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얼마나 보기에 좋은가. 이명박한테서 이런 말 들어봤나. 누가 한명숙 후보를 패자라고 할 것인가. 그 날 한명숙의 모습은 퇴행적 정치에 질린 국민들에게 오뉴월 복중에 냉면 먹는 기분이었을 것이네. 아아 저런 정치인이 있어 아직 희망이 있구나.

감동의 제2막은 9월15일 제주에서도 있었네. 주인공은 유시민 후보. 깨끗이 패배를 인정했네. 아무런 토도 달지 않았지.

“이번 경선 결과를 패배로 받아들입니다. 오늘까지 경선을 할 수 있도록 당원과 지지자들이 도와주신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하며 후보를 사퇴하고자 합니다”

“내일부터 이해찬 후보가 허락해 주신다면 이 후보의 선대본부에서 일하고자 합니다.”

늘 말하는 것이지만 사람을 평가할 때 그가 걸어 온 길을 보네. 걸어 온 길을 보면, 걸어 갈 길이 보이지.

유시민 후보가 독재시절 형무소에서 쓴 ‘항소이유서’는 젊은이들이 꼭 읽어야 할 글이네. 유시민은 이미 자신
이 가야 할 길이 무엇인가를 거기서 다 밝혔네.

그의 삶은 대의와 명분이었네. 그 후 한번도 이탈한 적이 없다고 믿네. 경선에 참가하지 않았으면 하는 권유에도 뛰어든 것도 대의와 명분이네. 지도자는 끊임없이 자기 검증을 해야 되기 때문이네.

유시민이 인정하듯 경선에 실패했네. 그러나 구질구질하지 않았네. 경선과정에서 유령신고도 하지 않았네. 한 표를 얻더라도 깨끗한 표를 원했지.

정치는 그렇게 해야 되네. 그래야 추락한 정치가 신뢰를 회복하고 신뢰회복이 나라를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네.

춘천 호반에서 한명숙 후보가 보여 준 정치인의 아름다운 모습과 제주도에서 유시민이 보인 패자로서의 당당한 모습은 이 나라 정치사에 멋지게 장식될 것이네. 정치꾼들이 배워야 하네.

오늘의 통합민주신당 경선과 관련해서 이름을 거명하지 않는 것은 앞으로는 제발 정치를 바르게 하라는 배려로 생각하면 되네. 우선 정직해야지. 사람이 어떻게 잘못 없이 산단 말인가. 문제는 잘못을 인정해야 된다는 말이네.

아무리 혓바닥이 부르트도록 변명을 해 봤자 한나라당에서 꼴등했기 때문에 탈당을 한 것은 사실이 아닌가. 그게 탈당의 첫째 이유고 다른 것들은 모두 설득력 없는 곁다리 핑계가 아닌가.

고백해야지. 국민이 다 아는 것처럼 난 꼴등했다. 그래서 탈당했다. 그 대신 이제부터는 정말 잘해 보겠다. 봐주라. 이게 정직이네. 이래야 조금이라도 믿을 게 아니겠나.

또 한 사람의 경우도 그렇지. 입으로 무슨 소리를 해도 소용이 없네. 몽골기병처럼 광야를 달려도 그렇고, 주몽이 되어도 그렇고, 개성공단을 입에 달고 다녀도 그러네.

왜 탈당을 했느냐에 정직해야 하네. 구구하고 치사하게 무슨 말이 그렇게 많은가. 노무현과 참여정부가 인기 없다.
그래서 발 뺀 거 아닌가. 그렇게 솔직해야지. 왜 이름값도 못하는가. 경선과정은 그게 뭔가. 나라의 지도자가 되겠
다는 사람은 부정의 혐의를 받는 것만으로도 낙제네.

박 군.

걸어 온 길을 보면 갈 길이 보인다는 그 얘기를 또 해야겠군. 한명숙 전 총리나 유시민 이해찬은 변함없이 한 길을 걸어 왔네.

정치인들이 입으로는 결단도 잘 하지만 실행에서는 빵점이네. 나름대로 욕심이 있는데 결단이 얼마나 힘들겠는가. 그래서 유시민 한명숙 두 사람의 결단이 더욱 빛나네.

칼럼을 쓰는 중에 유시민이 이해찬 후보의 선대본부장을 한다는 소식이 들리네. 조중동과 문(살색신문)이 죽어라 흔들어 대겠지. 그러나 꿈쩍 하지 않을 사람들이네.

모두들 독재시절에 감옥살이 한 일당백의 투사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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