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감정 부추겨 덕보려는 ‘꾼’

이 기 명 (칼럼니스트)

시민일보

| 2007-09-27 19:43:09

자넨 충북이 고향이고 난 서울일세. 서울 종로의 내수동이지.

서울 놈이라고 자랑하는 것은 아니고 변변치 않은 칼럼이라는 걸 쓰면서 정치관련 얘기를 다루다 보니 말이 많아.
그러니 비교적 어느 특정한 지역과는 연관이 먼 서울이 고향임을 밝힌 것이니 이해해 주게.

세상없이 좋은 일이라도 ‘지역감정’이라는 덫에 걸리면 빠져 나갈 도리가 없지 않은가.

거기다가 아닌 척 하면서 은근슬쩍 지역감정을 부추겨 이득을 챙기려는 놈들이 있으니 이런 놈들이 바로 정치꾼이고 역적이네.

여 야를 가릴 것 없이 지역감정에 얹혀서 정치를 하려는 놈은 ‘을사오적보다 더 흉악한 매국노’라네.

조재천이 대구에서 국회의원에 당당히 당선 됐네. 전라도 경상도 가리지 않고 인간만 제대로 됐으면 찍었네. 이게 정상이야.

5.16 군사쿠데타가 일어나고 군인들이 정치를 했네. 혁명과업을 완수하면 군 본연의 자세로 돌아간다던 박정희는 권력 맛을 본 다음 생각이 싹 달라졌지.

영구집권을 꿈 꿨네. 그 때 생각해 낸 것이 지역감정이지. 대선에서 당선되기 위해서는 그 방법이 장땡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실은 지역감정이란 치유불능의 병균을 이 땅에 뿌린 주범이 됐네.

그 후로 지역감정은 백약이 무효네. 경상도에서 콩은 전라도에서 팥이 되고 전라도의 팥은 경상도에서 콩이 되면서 지금까지 내려왔네.

노무현이 부산 강서에서 출마를 했는데 한나라당의 허태열이란 인간이 정견발표에서 이렇게 지껄이더군.

“김대중 정권 들어선 후 부산사람 다 망했심더. 좋아 진 사람 있시면 손들어 보이소. 아 저기 있네요. 전라도에서 왔심니꺼.”

이게 정치하겠다는 인간한테서 나온 소리고 그 인간은 당선됐고 지금도 국회의원이고 지역감정은 오늘도 정치판에서 약방의 감초고 조자룡의 헌 창처럼 마구 쓰이네.

9월21일 부산에서 통합신당 대통령 후보의 토론회가 있었는데 손학규 후보가 빠져서 보기에 그랬는데 이해찬 후보와 정동영 후보가 날카롭게 날을 세우더군.

정동영 후보 측은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동원경선 혐의와 비판을 ‘누워서 침 뱉기’라며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주위에서 믿어주질 않네.

지역감정은 복잡하지도 않고 단순무식해서 교활한 정치꾼들이 필요에 따라 잘도 써 먹는 단골메뉴가 아닌가.

더구나 군사독재가 완벽하게 효율성을 입증했기 때문에 이제 지역감정은 군사전략 수준으로 확실하게 위치를 굳
혔다네.

정동영 쪽이 동원조직경선의 주역으로 궁지에 몰리자 빼든 것이 전가의 보도인 지역감정이라고 하더군. 정동영 후보로는 대선필패라는 주장이 호남후보 배제론의 수준을 뛰어 넘어 아예 호남배제로 비약했더군.

이해찬 손학규가 손을 잡는다는 소문을 흘리면서 이것이 호남배제의 증거며 지역감정으로 비화 되는 계기를 만든다는 것이지.

이 전략은 성공할 수 있는가. 성공한다고 믿는 모양이네.

다시 말해서 지역감정 조장을 강하게 비난하면서 역설적으로는 지역감정 확산으로 이득을 보려는 이율배반은 없는가.

어느 후보를 막론하고 지역감정의 덕을 보려는 생각은 일찍 접어야 하네. 그것으로 후보가 될 수도 없지만 되면 뭘 하나. 역사에 기록될 죄를 후손에게까지 물려주겠단 말인가. 자식한테 부끄럽지 않은가.

정직하게 최선을 다 해주기를 바라네. 지역정서에 빌붙어서 뭔가 해 보려는 생각을 했다면 빨리 포기하고 대통령 꿈도 접어야 하네.

추석명절도 지나고 이제 바람도 선선해서 선거운동 하기도 좋으니 지역감정이나 부추길 엉뚱한 생각 말고 진심으로 제대로 된 정책가지고 운동을 해야되네. 국민들은 다 알아 보지 않겠나.

박 군.

정말 지역감정을 없앨 수는 없는가. 서울은 지역감정이 없다는데 이 나라를 모두 서울특별시로 하면 되겠나. 내 머리가 이상하게 되는 게 아닌지 모르겠네.

진정 지역감정이란 망국병을 고쳐 줄 명의는 없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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