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 후보단일화는 가능할까
유 창 선 (시사평론가)
시민일보
| 2007-10-02 04:02:20
문국현의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미국을 방문중인 문국현 후보는 범여권 인사들이 자신에게 합류하는 방식으로 범여권 후보단일화가 이루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새 정당이 창당되는 10월말이면 자신의 지지율은 더욱 올라가 자연스럽게 ‘이명박 대 문국현’의 양자 대결이 될 것이라는 장담이었다.
출마선언을 한지 이제 한달 반. 출마선언 직후에 인터넷을 중심으로 불었던 ‘문국현 바람’은 더 이상 확산되지 못한채 교착상태를 보이는 모습이다. 추석연휴 이후에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문 후보의 지지율은 대체로 4%대를 기록하고 있다.
문 후보는 단기간에 이룬 지지율 상승이라고 자평하고 있지만, 바람을 기대했던 입장에서는 성에 안차는 결과일 수밖에 없다. 문 후보의 지지율은 왜 교착상태에 빠진 것일까.
첫째, 프로그램의 빈곤이다. 문 후보가 지지층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던 것은 다른 후보들과는 달리 가치와 비전의 영역에서 앞서가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가 제시한 ‘사람중심의 진짜 경제’는 경제문제에 대한 국민의 관심에도 부응하면서 신자유주의를 넘어설 수 있는 대안적 비전으로 평가받을만 했다.
그러나 문 후보는 더 나아가지 못했다. 그의 관심은 경제민주화의 문제에 한정되었고, 전체적인 국가경영전략을 제시하지는 못하였다. 특히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문제 해결, 평생학습같이 자신이 강조하는 몇가지 사안들에 대해서만 동어반복적인 강조를 계속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 문 후보는 ‘훌륭한 기업경영인’을 넘어
‘국가 전체를 책임질 대통령’의 모습으로 다가가지 못하였다.
둘째, 정치적 비전의 부재이다. 특히 정치적 검증의 과정없이 대선에 뛰어든 문 후보의 경우는 이 문제가 더욱 절실하다.
그러나 문 후보는 자신이 만들려는 정치구도는 어떠한 것인지, 자신이 이번 대선에서 내건 정치적 메시지는 무엇인지, 여러 정치적 현안들에 대한 견해는 무엇인지...... 정치적으로 선명한 메시지를 제시하며 이를 통해 지지층을 확보해 나가는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는데, 여기에 소홀했다. 문 후보의 관심은 경제민주화의 문제에 한정되었고, 정치적 비전을 제시하는데로 나아가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문 후보는 ‘훌륭한 기업경영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데는 성공했지만,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여 대선에서 승리하고 국가를 경영할 대통령감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과연 이같은 한계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인가. 역시 문제는 남아있는 시간이 얼마 안된다는 사실이다. 범여권의 후보단일화가 11월 중순까지는 있게된다고 예상할 때, 그에게 실제로 주어진 시간은 한달 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한 차례 지지율 상승의 계기는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이 끝나고 대통령후보가 선출되어도 지금같아서는 선출된 후보의 지지율에 탄력이 붙을 것 같지 않다. 국민경선의 효과가 어느 정도나 있을 것인지, 큰 기대를 걸기 어려운 상황이다. 신당 대통령후보의 지지율에 탄력이 붙지않을 경우, 문 후보가 그 반사이익을 얻게되어 지지율이 어느 정도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가 10월말에서 11월 상순경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때 문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추세를 보인다 해도, 현재로서는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반사이익의 성격이 강한 지지율 상승이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지지율을 추월할 정도가 되기도 쉽지않을 뿐더러, 설혹 그렇게 된다해도 결국은 범여권 내부에서의 경쟁에 그칠 것이기 때문이다.
문 후보의 지지율 변화가 대선판도를 바꿀 정도의 의미를 가지려면, 신당 후보의 부진에 따른 반사이익의 결과가 아니라, 이명박 후보에게로 갔던 중도지대층을 자신의 힘으로 끌어오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를 제시하여 지지층을 확보하고 정치적 파트너들을 만들어나가는 노력없이 그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유시민 의원의 말처럼 문 후보는 정치시장을 너무 쉽게 본 것일까. 애당초 신당의 국민경선에 참여하여 파이를 키우는 것이 문 후보는 물론이고 범여권이 함께 사는 길이 아니었을까.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경선이 끝나는 10월 중순 이후, 불과 2주간의 지지율 변화여부를 놓고 성패를 결정지어야 하는 상황. 문 후보 자신에게나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나 너무 도박같은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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