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거북과 적우침주(積羽沈舟)

류 근 찬(국민중심당 국회의원)

시민일보

| 2007-10-18 19:09:52

적우침주. 새털처럼 가벼운 것도 쌓이면 배를 가라 앉히고, 가벼운 것도 많이 실으면 수레의 축을 부러트린다는 뜻으로 전국시대 책사들의 문장을 모아논 『전국책』(戰國策)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이 사자성어에 딱 들어맞는 일화가 하나 있는데, 석가모니 부처가 하늘을 나는 거북이의 가벼움을 예로 들어 설법한 내용이다.

기원전 인도의 베나레스를 통치하던 브라흐마닷타왕은 요설가(饒舌家)로서 다른 사람들이 끼어들틈을 주지 않고 말의 경중을 다지지 않고 함부로 말하는 습관이 있었다. 이런 브라흐마닷타왕의 습성을 고치기 위해 석가세존은 국왕에게 설법하면서 입을 놀리고 싶어서 하늘을 날다가 떨어져 죽은 한 거북이의 고사를 들려주었다.
히말라야의 한 호수에 거북이가 살고 있었는데 두 마리의 거위가 먹이를 찾다가 호수까지 와서 거북이와 서로 알게 되었다. 거위는 거북이에게 히말랴아의 황금굴에 대해 얘기해주며 대단히 살기 좋은 곳이니 함께 가자고 꼬드겼다.

그러나 어떻게 거북이가 히말라야의 그 드높은 봉우리까지 갈 수 있겠는가? 두 마리 거위는 하나의 막대기를 거북이가 입으로 물면 양쪽에서 발로 움켜쥐고 날기로 했다. 그리고 거북이로부터 다짐도 받았다.

“당신은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않아야 황금굴에 갈 수 있습니다.”거위들은 막대기를 거북이에게 입으로 물게 하고 양쪽에서 막대기를 움켜잡고 날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광경을 본 마을 사람들은 하늘을 나는 거북이를 보고 웃으며 떠들어댔다. 이 비판을 듣고 거북이는 참을 수가 없어 ‘마귀와 같은 나쁜 녀석들!’이라고 쏘아부쳤다.

그러나 입으로 말을 하는 찰나에 물고 있던 막대기에서 떨어진 거북이는 베나레스 왕궁의 뜰에 떨어져 두동강이가 난 채 그만 죽고 말았다. 석가세존은 그 거북이를 국왕 앞으로 가져와 ‘누군가의 말을 듣고 입을 다물 수가 없어서 물고있던 막대기를 놓은 게 틀림없고, 그래서 하늘에서 떨어져 생명을 잃었다‘고 왕에게 들려주었다.


쓸모없는 말을 하여 스스로를 죽인 것이며, 현자는 잘 이야기하나 지나치지 않는다는 말로 결론을 맺었다. 왕은 이 고사가 자기를 겨냥한 것임을 금새 알아차렸다.

거위의 도움으로 하늘을 날아 히말라야까지 가려했던 거북이의 시도까지는 좋았다고 치더라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함으로써 스스로의 목숨을 단축했다면 그는 분명 목표와 수단을 분간하지 못했거나 조그만 비판에도 참을성 없는 자일 것이다.

엊그제 대통령은”한나라당에 제안했던 연정이 거꾸로 총알이 되어 그냥 우리한테 날라오고. 수류탄을 던졌는데 데굴데굴 굴러 와 가지고 막 우리 진영에서 터져 버렸다”고 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서해 북방한계선을 영토선이라고 하는 것은 국민을 오도하는 것” 이라고 말해 함부로 던지지 않겠다던 수류탄을 또 다시 던져놓고 말았다. 정략으로서는 계산된 발언일지 모르나 5천만의 국가를 이끌어가는 국군통수권자로서는 극히 가볍고도 부적절하기 이를 데 없는 발언이다. 남북전쟁 당시‘국민 개개인의 열정이나 이상 때문에 생각의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이 국가의 결속력을 깨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국민들에게 호소했던 링컨의 말과 대비하면 노대통령의 언행은 가볍기 그지없다고 느껴진다.

선(善)을 쌓으면 집안에 경사가 넘쳐나지만 확인되지도 않은 황금굴에 가기 위해 갈등만 부추긴다면 사소한 것이 누적되어 종국에는 국가라는 배를 가라앉히는 커다란 재앙으로 돌아온다는 고전의 지혜를 되새기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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