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변호사의 ‘인간 복귀’ 선언
이 기 명(칼럼니스트)
시민일보
| 2007-11-06 19:37:12
50여 년 전 돈 많은 분이 국회의원에 출마를 했는데 아들이 불쑥 던진 말이 기억에 남네.
“아버지가 당선되면 나라가 망하고 낙선하면 집이 망한다.”
돈은 많을지 몰라도 존경은 받지 못 하는 아버지였네.
느닷없이 부자지간에 존경 얘기는 왜 꺼내는 것일까. 요즘 ‘시사 IN' 과 ‘한겨레신문' 이 취재한 김용철 변호사의 기사를 읽었기 때문이네.
김용철 변호사는 ‘시사 I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고백했네. 자기는 자식들로부터 존경받지 못하는 애비라고. 삼성에 근무한 이후 자식들은 애비를 존경에 대상에서 지워버렸노라고.
김 변호사는 모든 것을 버린 사람처럼 느껴졌네. 무척 비장했네. 자식한테 존경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애비의 심정이 어떻겠나. 더구나 삼성과의 싸움이네. 삼성이 어떤 곳인가.
김 변호사가 삼성과 관련된 모든 것을 고백하기로 결심을 한 것은 삼성문제를 바로 잡는 것이 사회에서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라고 했네.
언론들은 왜 침묵을 하는가. 내가 만난 언론사 간부는 쓴 웃음을 짓더군. 그 웃음 속에서 난 한국 언론의 비극적 자화상을 보았네.
일등신문 조중동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신정아의 알몸 사진까지도 국민의 알 권리라는 명분으로 용감무쌍하게 보여주던 문화일보는 뭘 하고 있나. 삼성 관련 보도를 했다가 나중에 또 사과하는 망신을 당할까 겁이 났는가.
김 변호사의 고백은 국민의 알 권리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가. 홍석현이 구속될 때 “회장님. 힘내세요.” 외치던 중앙일보 기자들은 김 변호사에게 힘내라고 격려해 줄 수는 없는가.
수백억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서 벌금을 내지 않는 동아일보 사주의 행위는 국민의 알 권리와 아무 상관이 없는가.
기자들이 만든 기자협회가 입을 열었더군. 안 열면 문 닫아야지.
“정부의 기사송고실 통폐합 조치 등에 대해 언론탄압이라며 한국언론사상 두 번째로 모임을 갖고 ‘언론자유 수호'를 외쳤던 신문·방송 편집국장과 보도국장들은 다 무엇을 하고 있는가.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자유를 그렇게 외친 분들이 어떻게 신문을 이렇게 편집하고 방송 보도를 이렇게 편성할 수 있을까”
“신정아의 '누드'까지도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서비스했던 그 신문의 서비스 정신은 도대체 어디로 출장 갔나.”
“정부의 기사송고실 통폐합에 맞서 투쟁까지 불사하던 기자들은 어디에 가 있는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언론의 자유를 위해 기자들이 떨쳐 일어나야 할 일이 아닌가. 지금 언론자유를 위해 탄핵할 자들은 누구인가”
정의구현사제단은 삼성의 총수가 로비지침까지 직접 내렸다고 했는데 기자들이 보도할 더 이상의 사건이 어디 있단 말인가.
삼성이라 겁이 나서 그러는가. 언론도 관리대상이었다는데 그래서 뭔가 뒤가 찔려서 못하는가.
기자협회는 장문의 성명서를 발표하여 언론인들의 반성을 촉구했지. 기자협회는 성명서의 끝을 이렇게 맺더군.
“...회원 동지들에게 진심으로 호소한다. 이번 사건은 크게 보도해야 한다. 그것이 언론의 기본이다. 지금은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기 위한 용기가 필요한 때다. 그것만이 바닥을 모른 채 추락하는 한국 저널리즘의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회복하는 길이다. ”
이제 김용철 변호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목숨을 버릴 마음으로 몸을 던졌지만 나는 그가 끝까지 살아 행복을 누리길 진심으로 원하네. 그리고 자식들로부터 다시 존경을 받기를 하느님께 기도하네.
하느님은 옳은 사람 편이라는 것을 이제 보여주셔야 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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