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국선열의 날

이 봉 춘(서울지방보훈청장)

시민일보

| 2007-11-15 19:22:16

지난 11월17일은 순국선열의 날이었다. 거국적으로 보면 순국선열의 날이 11월의 대표적인 소사라고 할 수 있겠으나,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면 대부분은 11월11일 빼빼로 데이를 가장 대표적인 11월의 행사로 대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덧붙이면 순국선열의 날이 무슨 날인지 생소해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역사적으로 11월17일은 을사늑약이 체결된 날이다.

강제로 국권을 강탈당한 이 날을 전후로 많은 애국선열들이 순절하거나 의병항쟁으로 일제에 항거하다 순국하였다.

이런 배경을 이유로 대한민국임시정부 의정원에서는 국권을 회복하기 위해 순국하신 선열들의 얼과 위훈을 기리고 그 분들의 숭고한 애국정신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1939년부터 이 날을 ‘순국선열공동기념일’로 정하고 기념식을 거행하였다.

1945년 광복 후에는 순국선열 단체에서 행사를 주관하다가 1997년 정부기념일로 복원하여 다시 정부주관 행사로 거행되고 있다.

순국선열의 사전적 의미는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바친 윗대의 열사라는 뜻이며, 법률 용어로는 일제의 국권침탈 전후부터 1945년 8월14일 국내외에서 일제의 국권침탈을 반대하거나 독립운동을 하기 위하여 항거하다가 순국
한 의사, 열사를 뜻한다.

어렵고 생소한 사전적 해석을 벗어나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일컫는 말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면 오천년 역사 속에 과거 동북아를 누비며 홍익인간의 뜻을 펼치며 기개를 떨치던 조상들, 수많은 외세의 침략에도 굴복하지 않고 나라를 지켜낸 강인한 조상들,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 발명하고, 훈민정음이란 독창적인 언어를 창제한 창조력인 조상들, 이 들 모두 나라를 위해 공헌하신 순국선열들이다. 그리고 현재 우리는 자랑스런 조상의 후손이다.


좀 엇나간 이야기이지만 저녁 늦은 시간이면 지하철역에는 노숙자들이 잠을 청하기 위해 모여든다.

어쩔 수 없이 노숙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경우도 있지만, 가족과 집이 있는 젊은 사람들이 노숙자가 되는 이유는 대부분이 삶에서 희망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들은 노숙자 생활을 창피하게 여기지도 않고 그저 하루하루를 연명할 뿐이라고 한다.

68회 순국선열의 날을 맞으면서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반만년 역사 위에 불굴의 민족혼으로 이 땅을 지켜오고 발전시켜 온 위대한 조상의 후예들임을 말하고 싶고, 빛이 보이지 않던 암흑 속에서도 지쳐 쓰러지지 않고 독립이란 희망의 싹을 키워 온 조상의 후예임을 알려주고 싶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 힘을 합하여 원칙이 지켜지며, 공정한 경쟁과 투명성을 통해 신뢰가 쌓여지고, 반목과 대결이 아닌 대화와 타협으로 포용력이 넘치며, 분권 자율을 통해 화해와 공존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만들어가자고 외치고 싶다.

그리고 한용운님의 마지막 시구처럼 희망을 잃어버린 노숙자들에게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어 보라고 간절히 청하고 싶다.

그래서 우리 모두 대한민국을 희망의 유토피아로 바꾸어가자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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