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대선에서 기억할 중요한 한가지

이 기 명(칼럼니스트)

시민일보

| 2007-11-27 18:37:33

박 군. 대선후보들의 장밋빛 공약들이 어지럽네. 하늘을 보고 물어보네. 저 말들이 정말인가요. 하늘에서는 아무 말도 없네.

한 번 묻고 싶네. 후보자들이 거울 앞에서 스스로 얼굴을 보며 자신의 공약이 정말인가를 자문해 보라고 말이네.

요즘 진짜냐 가짜냐. 대한민국을 온통 들끓게 하는 사건이 있네. 어느 대통령 후보와 관련된 거짓말 싸움이네.

이제는 보통명사의 위상에 까지 오르고 머지않아 국어사전에까지 오를 게 분명한 BBK 사건.

도장이 진짜냐 가짜냐. 당의 공식기구인 클린위원회 위원장은 이면계약서에 찍힌 도장이 위조라 하고, 대변인은 이 후보의 것이라 하고... 뭐가 진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네.

도대체 왜 이 지경에까지 이르는 것일까. 처음부터 출발을 잘못했네. ‘내가 돈 벌려고 젊은이와 사업을 하다가 이렇게 됐다. 내 불찰이니 국민들한테 죄송하다.’ 이랬으면 끝나는 것이네. 아들딸의 위장취업도 밝혀진 즉시 사과를 하면 욕 좀 덜 먹을 일이고 대학원 강의 두 번 하고 3600만원 받은 것도 무조건 잘못했다면 덜 욕 먹네.

자기 빌딩지하실의 유흥음식점 성매매의혹도 그저 죽을 죄로 잘못했다면 되는데 부득부득 변명을 하니 이제는 무슨 옳은 말을 해도 국민들이 믿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네. 도대체 맞는 것은 무엇인가.

여론조사는 김경준 가족의 말을 이 후보보다 더 믿는다고 했네. 한나라당은 김경준을 전과 17범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비난하는 쪽도 14범이나 된다고 하네. 전무후무한 후보네. 더욱 가공할 것은 민주주의 원칙인 선거법을 위반해서 의원직을 잃었다는 엄중한 사실이지. 이제는 콩으로 메주를 쑨 대도 믿지 않을 정도가 되었고 당내
에서도 심상치 않은 불신의 바람이 불고 있네.

오죽하면 김용갑 의원 같은 사람도 이 후보에게 사실을 고해성사하는 심정으로 당당하게 밝히라고 충고를 했을까. 급기야 한나라당사 앞에서는 연일 후보를 교체하라는 시위가 격렬해 지고 지지도는 떨어지는데 대안을 모색
해야 한다는 소리도 높아지고 있네.


강재섭 대표는 결국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수습에 나섰더군. 자기 당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51%에 이르렀다고 자체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다니 초상 직전이 아니겠나.

후보 교체라는 것은 박근혜를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불가능한 일이고 어디선가 이회창이 희죽 웃는 모습이 보이는 듯 하네.

몸 버릴 각오로 무소속 출마를 결심한 이회창이 이런 경우를 생각하지 않았을 리가 있겠나. 호박이 넝쿨 채 구르는가. 이처럼 치사하고 추잡스러운 정치판에서 그래도 의지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국민이네.

무능한 대통령에게서 비롯된 IMF 국제 파산선고를 가장 빨리 극복해 이제 세계 상위의 외환보유국이 되지 않았나.

그러나 냉정하게 우리의 현실을 직시해 보세. 과연 이 나라의 장래는 장밋빛인가. 세계에서 같은 땅덩어리가 반으로 갈라진 유일한 나라고 같은 얼굴 같은 말을 쓰는 수백만의 정예군대가 총을 서로 겨누며 살고 있다네. 그런 땅에서 전쟁위험이 사라졌다고 하네. 평양에서 남북정상이 만나고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남북의 국민들은 이제야 이 땅에서 전쟁의 검은 그림자가 사라져 가는 것을 실감할 수가 있었네.

박 군. 자네가 보기에도 대단한 변화가 이 땅에 오지 않았나. 그러나 이런 변화도 삐끗 잘못하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어 버리네.

한나라당은 이제 BBK와 관련해 종결선언을 했다고 하네. 우리가 말하지 않으니 너희들도 입 닥치라는 얘긴데 그게 마음대로 되겠나.

어려운 시기마다 슬기롭게 국난을 이겨낸 우리 국민들은 자부심을 가져야지. 입을 열 때 마다 말이 바뀌는 사람은 지도자가 될 수 없네. 그를 선택하는 국민은 공범이네. 악의 편이지. 무시당해도 할 말 없지.

국민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중요한 것은 도덕과 신뢰가 떨어진 정치인은 단연코 거부해야 한다는 것이네. 그것만은 국민들이 꼭 명심하기를 간절히 빌고 또 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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