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의 반성, 효과는 미지수?
유 창 선(시사평론가)
시민일보
| 2007-12-06 19:02:35
“똑똑한 대통령 보다는 말 잘 듣는 대통령이 되겠다”
정동영 후보가 서울유세에서 꺼낸 말이다. 여기서 ‘똑똑한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을 비유한 말임을 알 수 있다. 그런 대통령이 되지 않고 국민의 말에 따르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다짐이다.
정동영, 참여정부와의 정책차별화에 나서다
이 뿐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와의 차별화를 염두에 둔 듯한 말들이 이어졌다.
“세금 고통과 장사 부진으로 수입이 줄어든데 따른 고통 앞에서 평화, 민주주의, 인권, 투명성이 얼마나 동떨어진 얘기인지 피부로 절감했고 소득, 수출, 주가 상승을 자축할 때 민생은 말라가고 있다는데 책임감을 느꼈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거시지표 중심이 아닌, 민생의 상처와 아픔을 껴안는 정부가 될 것이라는 게 달라지는 점이다. 국민의 상처와 아픔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것을 절대로 되풀이 하지 않겠다.”
“세금 문제에 대해 옳은 방향이라고 해서 무조건 끌고 가지 않겠다. 세금 고통을 덜어 `세금폭탄’이라는 말이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국민이 세금문제로 고통 받을 때 고통을 대변하지 못했다. 나도 참여정부의 일원이었기 때문에 반성한다. 세금만 걷으면 된다는 일방적 정치를 안하겠다.”
하나하나의 말과 표현들이 참여정부 사람들, 특히 노 대통령을 가리켜 꺼낸 것임을 알 수 있다. 그야말로 머리를 숙이며 내놓은 ‘참여정부 반성문’이라 할 법하다. 민생경제와 세금문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을 해소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세금은 국민에게 고통을 주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며 노무현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고,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를 알았다고 솔직하게 토로하기도 했다.
정 후보의 정책차별화 행보는 3일의 부산·경남 유세에서도 이어졌다. `서민 가계부담 줄이기’에 주안점을 둔 정 후보는, 서민의 이자부담을 완화하는데 주력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세금에 이어 주택담보대출 이자가 오르면 죽어나는 쪽은 서민가정”이라며 “확실한 정책의지를 갖고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야 발견한 ‘이명박 지지율’의 비밀
민생현장의 고통들을 해결하겠다는 이러한 말들은 정동영 후보의 입장에서는 작심해서 꺼낸 말들이 될 것이다. 참여정부의 정책들과는 상충되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정동영 후보가 전한 그것이 바로 현장의 목소리들이다. 봉급생활자들, 자영업자들, 상인들, 그리고 집팔고 이사가려는 사람들의 입에서는, 그렇지않아도 경기가 안좋은데 세금 때문에 못살겠다는 원성이 터져나오고 있다.
노무현 정부와의 정책차별화도 진작에 했어야 했다. 현정부의 정책 가운데서 국민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정책들은 당연히 극복과 시정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정동영 후보는 대선정국에서 노 대통령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하여 자신의 차별화된 정책을 내보이지 못했다. 그러니 ‘정동영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국민들로부터 가능했겠는가.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 정략적 차별화야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국민을 고통스럽게 만든 잘못된 정책들을 바로잡는 차별화야 두려워할 게 무엇인가. 정동영 후보는 진작에 자기의 정책적 목소리를 냈어야 했다.
결국 그것을 못하다가 대선 막판이 되어 다급해지니까 그 목소리를 내는 꼴이 되었다. 서민과 중산층들이 생활현장에서 쏟아내고 있는 불만의 목소리들을 읽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필요했을까. 그 목소리를 대변하는데 그렇게 오랜 망설임이 필요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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