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직언한 이장춘 연설

양 영 태(칼럼니스트)

시민일보

| 2007-12-16 18:31:36

2007년 대선은 한마디로 정의가 실종되고 진실이 상실된 ‘정치 쇼’가 난무한 코믹한 아수라장 판 같다는 느낌이 든다.

우선 대선 후보로 나선 분이 12명이나 되었고, 더더욱 이름도 성도 모르는 분들이 후보로 나와 대선판을 더욱 즐겁게(?) 만들었다.

1년 이상을 김경준, 에리카 김 그리고 이명박 후보 커넥션이라는 BBK 문제로 대선판이 코믹해졌으며, 국민들 60% 이상이 의혹을 갖고 있다고 언론이 전하는 검찰수사결과 발표 때문에 이명박 후보의 대세론은 더욱더 탄력을 받고 굳어지기 시작했다.

이명박 후보의 위장전입, 자녀위장취업 등등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후보의 대세론은 꿈쩍하지 않았다는 이 특별한 현상을 후대 정치학자들은 어떻게 표현할지 두고 볼 일이다.

과거 대한민국의 정론지라고 일컬어왔던 조ㆍ중ㆍ동은 특정후보를 위한 신문이라는 야릇한 오명을 받기 시작했고, 대통령 후보라면 의례히 지녀야 할 도덕성 문제가 이제는 별 것 아닌 하나의 단순한 검증 통과의례 항목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는 우화가 떠돌아다닌다.

갖가지 꼬리를 물었던 의혹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후보는 하등 대세에 변화가 없는 철옹성 같은 성벽을 쌓아가며 대통령 고지를 향하고 있다.

야당인 한나라당이 여당처럼 고압적(?)으로 행세하게 되었고, 여당인 통합신당은 마치 야당처럼 서글프기 짝이 없는 가슴 치는 처지가 되어 서러움을 되씹으며 흐느적거리고 있는 가련한 모습을 보인다.

이는 참으로 코믹한 정치현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것은 다 노무현 대통령이 만들어준 의제환경이라고나 할까.
강한 보수성향인 이장춘 전 대사가 TV에 출연해 정동영 후보 지지연설을 함으로써 정치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장춘 전 대사의 급작스러운 정동영 후보 지지는 보수우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으나, 필자는 이장춘 전 대사의 깊은 심중을 백번 이해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을 어떻게 하나.

이장춘 전 대사는 분명한 보수지도자임에 틀림이 없다. 또 그가 지닌 인품이나 인격이 하등 정동영 후보 지지로 인해 손괴되거나 흠결이 생길 이유가 전혀 없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지난 13일 이장춘 전 대사는 정동영 지지 TV방송 찬조연설을 하면서 검찰과 조ㆍ중ㆍ동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후보를 싸잡아 맹비난했으며, 특히 노 대통령과 이명박 후보 간에 세칭 ‘노명박 의혹’을 제기해 앞으로 커다란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미리 배포한 방송 찬조연설문에서 이 전 대사는 “저는 이틀 전(前)인 엊그제 아침에 정동영 후보를 찍기로 결심했다. 그전까지는 제가 지지하기로 작정했던 인물이 정 후보는 아니었다”고 강조하며 “정동영 후보가 BBK검찰의 수사발표를 무효로 선언하고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킬 투지를 보였기 때문”에 정 후보를 지지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장춘 전 대사는 “한국에서 최대 부수를 자랑하는 조선일보는 제가 공개한 이명박 후보의 BBK 명함을 한 마디도 보도하지 않았다. 많은 국민의 눈과 귀를 닫아버렸다. 언론 재벌과 유착된 소위 조ㆍ중ㆍ동이라고 불리는 신문지 신문들이 졸지에 BBK검찰과 한속이 되어 버렸다. 재벌과 권력 간의 결탁이 눈앞에 선하다”고 보수언론들을 향해서 강도 높은 불만과 비난을 가했다.

보수성향이 강한 엘리트 이장춘 전 대사가 왜 이토록 분노하며 자기 몸을 정치판에 던져야 하는가…하고 생각해 보면서, 많은 시사점을 그로부터 받고 있다.

2012년 대선 때가 지금부터 기다려지는 이 마음은 어디로부터 근원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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