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진보정당의 결성을 기대한다
장 기 표(새정치연대 대표)
시민일보
| 2008-01-02 18:43:32
이번 대선에서 진보세력이 참패한 것은 선거시기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평소 진보세력으로서의 비전을 국민에게 제시하지 못한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일이 되었다. 여기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실정과 오만도 진보세력 참패에 큰 역할을 했지만 이것도 노 대통령 탓으로 돌릴 일은 전혀 아니다. 왜냐하면 노 대통령의 실정과 오만을 제어하지 못한 책임도 진보세력에게 있거니와 그것에 앞서서 진보세력이 노 대통령을 뛰어넘는 비전도 식견도 갖추고 있지 못했다는 점에서 진보세력으로서는 노 대통령을 탓하기보다 자신들을 탓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진보세력의 이런 한계는 선거 후의 대응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으니 그것을 지적하면서 이런 식으로는 결코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진보정당이 나올 수 없다는 점을 밝히고, 새로운 진보정당이 결성되어야 함을 강조해두고자 한다.
그런데 진보세력이라고 하면 옳으나 그르나 민주노동당을 빼놓을 수 없겠으나 여기서는 대통합신당과 관련해서 그 한계와 과오를 지적하고자 한다.
지금 통합신당은 대선참패의 늪에서 벗어나 4월 총선에 대비하기 위해 이런 저런 말을 하고 있다. 내용인즉, 우선 이른바 자신들을 반노로 지칭하는 사람들이 친노세력은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고, 여기에는 친노세력 스스로도 그렇게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요컨대 친노 대 반노의 싸움이다.
다른 하나는 당 대표를 누구로 할 것이냐의 문제인데, 노 대통령의 실정에서 자유롭고 수도권 선거가 ㅁ 중요한 만큼 손학규씨를 당 대표로 추대하자는 세력이 있는 반면 경선으로 뽑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요컨대 지금 통합신당에는 친노반노의 문제와 손학규 대표 추대 여부의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
우선 친노반노의 싸움을 한번 보자. 친노 반노를 구분할 근거가 있기나 한가? 노무현 대통령을 계속 따르다가 노무현 정권이 끝나가자 거기에 계속 붙어 있다가는 다음 총선에서 당선될 수 없을 것 같으니까 거기서 먼저 탈출한 것일 뿐 그것을 어떻게 반노라 할 수 있나?
노무현정권의 실정을 반성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아니라 반성을 한다면 무엇을 반성한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면서 새로운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더 이상 내놓을 능력이 없음을 실토하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손학규씨를 당대표로 추대하자는 것은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우선 대선참패의 근본적인 반성과 쇄신책은 오간데 없이 당 대표로 누구를 뽑을 것인가가 주요한 쟁점이 된 것부터가 보통 한심한 일이 아니지만, 이것은 곧 손학규씨를 당대표로 내세우는 방법 이외에는 달리 국민의 지지를 받아낼 방법을 갖고 있지 못함을 드러내는 것이니 이것이 더 큰 문제다.
우선, 당대표 문제 등으로 티격태격할 것이 아니라 ‘반성과 모색’을 위한 워크숍을 1주일 정도 가져야 한다. 1주일 정도 합숙을 하면서 지난날 무엇을 잘못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잘 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토론해서 정리해야 한다.
특히 오늘의 국가적 위기를 극복할 정책대안과 함께 국민이 새로운 희망을 가질 만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요컨대 진심어린 반성도 없이 새로운 비전과 결의의 제시도 없이 친노니 반노니 하면서 당권싸움이나 해서야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그런데 진심으로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럴 가능성은 전무해 보인다. 여러 행태에서도 그러하지만 새해 들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찾아가 대선에서의 패배를 사과하고 앞으로 잘 지도해 줄 것을 부탁한 데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DJ야말로 지난 대선에서 통합신당이 참패케 하는데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도, 아직도 그것을 모르는지 DJ를 찾아가 부탁할 정도라면 그런 사람들에게서 새로운 출발을 기대한다는 것은 연목구어일 뿐이다.
그래서 통합신당은 안되고, 새로운 진보정당이 나와야 하는데, 그럴려면 통합신당 같은 어중간한 정당은 해산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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