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천이 바로 당선?

이 기 명(칼럼니스트)

시민일보

| 2008-02-10 17:02:08

정치의 계절이라고 한다. 까만 후배 녀석이 찾아왔다.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것이다. 속에서 울컥 치밀었다. 아무리 쥐나 개나 다 해 먹겠다는 국회의원이지만 아니라고 생각한 녀석이다.

절대로 넌 아니라고 나무랐다. 되받는 대답이 걸작이다. 한나라당 공천만 받으면 딱이라는 것이다.

정치판에서 한나라당 인기가 상종가다. 공천신청 하는 걸 보니 대입서류를 제출하는 것과 같다. 북새통을 이룬다.

카메라가 훑어가는데 깜짝 놀랐다. 철새가 날아 올 때가 지났는데 언제 날아 왔지. 욕할 생각도 없다. 참여정부에서 장관을 하던 자도 국회최고위직에 있던 자도 공천신청을 냈다. 거저 줘도 거절을 해야만 인간의 도리다.

한나라당 공천 신천자의 수가 1500명이 넘었다던가. 무려 5 대1이 가깝다고 한다.

정치판에서 한나라당의 인기가 높다는데 시비를 걸 생각은 추호도 없다. 대통합민주신당이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민노당은 반쪽이 나는 판에 한나라당이라도 잘 해 준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이제 한나라당은 여당이 되고 국정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정치의 중추세력이다. 격려와 편달을 해 줘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문전성시를 이루는 무리들의 면면이 어쩌면 옛날의 그 모습 그대로인가.

한나라당의 공천만 받으면 무조건 당선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가진 정치지망생들은 당에서 제대로 걸러내야 한다. 한나라당 공천신청자의 면면을 보면 정말 제대로 된 품성과 학식과 나라를 위하는 충정이 가득 찬 인물들도 볼 수 있어 다행이라고 하겠는데 이건 정말 아니구나 하는 인물들이 제법 섞여 있다. 특히 언론에서 밥을 먹었다는 인물들의 공천신청을 보면서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최근까지 활발한 활동을 했던 기자로서 사표를 내고 공천 신청을 한 것이 적절한 행위라고 생각하는가. 더구나 그들은 정치부 기자 출신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이 현직이었을 때 행태는 일일이 말하고 싶지는 않으나 정치에 뜻을 두고 출마할 생각이었다면 적어도 양심에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기간 동안 언론계를 떠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공천 신청자의 얼굴들을 보면 현직에 있을 때 지독히도 참여정부를 비판하던 사람들이 많다. 이들의 공정성은 늘 공정언론을 지향하는 시민언론단체들이나 인사들에 의해서 논란이 되어 왔다. 이제 그들이 공천을 신청하자 아하 그게 그렇게 된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미리 한나라당의 점수를 따 놓자는 의도에서 노무현과 참여정부를 혹독하게 비판했다는 오해를 받아도 변명하기가 어렵게 됐다는 사실이다.


과연 한나라당이 이들을 공천해서 얻을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심사위원이 결정할 문제지만 이들을 선택하느냐 안 하느냐는 한나라당의 신뢰를 가늠하는 또 다른 잣대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솔직히 말해서 한나라당은 이른바 벌금형과 관련된 김무성의 공천배제를 번복함으로 공천과 관련된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이러면서 한나라당이 공천한 후보를 선택해 달라고 국민에게 요구할 수 있는가.

이제 한나라당은 10년 만에 정권을 되찾은 정당이다. 더구나 이번 4월 총선에서 과반의 의석을 넘어 개헌 선까지 기대하는 정당이다.

오만해서는 안 된다. 오만은 바로 자살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 계파에서 무슨 소리를 해도 원칙을 지켜야 할 것이다. 사람을 바꿔야 한다. 왜냐면 정치는 바른 인간들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가 있는 것이 아닌가.

대통합민주신당에 대해서는 할 얘기도 없다. 다만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헤맨다는 것이다. 손학규와 박상천이 아무리 머리를 맞대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손학규와 정동영의 만남도 진실이 하나도 안 보인다.

잘못을 고백하고 회개하는 인간은 신뢰를 회복한다. 스스로 자문을 해 보라. 자신들이 고백은 진정한 참회인가. 국민도 알고 자신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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