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장관은 버퍼링스 멤버인가
김 헌 식(문화평론가)
시민일보
| 2008-03-18 19:17:14
‘개그콘서트’ 코너 중에 인기를 모으고 있는 ‘버퍼링스’는 짜증나는 인터넷의 버퍼링 현상을 재밌게 구성한다. 버퍼링은 전송이 원활하지 않는 상태에서 특정한 영상이나 소리만을 반복한다. 버퍼링스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이 부분이다. 진지한 내용을 담은 사랑노래에서 한부분이 버퍼링되면서 우스운 내용이 된다.
예를 들어 “세상 누구보다 사랑 하겠어”라는 가사에서 ‘구보’만 반복하면서 구보하는 시늉을 한다. 예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의외의 폭소를 제공한다.
전체적인 맥락이 아니라 특정 부분만 이렇게 부각을 시키면 본래의 진지한 의미는 사라지고 우스워진다. 유인촌 장관이 이전 정권에서 임용된 산하 단체장들은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은 그가 버퍼링에 걸려있는 것을 말해준다.
그는 취임 초기부터 정치, 이데올로기적으로 색깔이 다르기 때문에 함께 갈 수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색깔론에 따른 인적 청산론이다. 완장을 연상시킨다. 다양성을 생명으로 해야 할 문화예술계의 인사가 이러한 말을 한 것도 그렇거니와 정부 부처의 수장이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다.
한국사회에서는 자신과 다르면 무조건 빨갱이나 좌파로 몰아붙인다. 한국전쟁의 외상이 깊은 한국사회에서 이러한 단어는 듣는 사람들에게 치명적이다.
이러한 한국 현대사의 외상을 후비는 청산론은 냉전시대의 버퍼링이다. 반복해서 특정 부분만 강조하고, 전체적인 맥락은 거두절미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내용을 전송하지 않는다.
지난 10년 동안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이룬 문화정책 성과들은 수십 년 동안 한쪽으로만 치우쳐 있던 현실을 최소한의 균형으로 회복한 것이다.
마치 그것을 문화의 퇴행으로 규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이데올로기적인 시각이 큰 것이며, 오히려 정치적이다. 이제야 다양성이 시작될 시점이다. 수많은 문화정책 내용들을 하나의 단어로 요약해 버리고 그것을 반복하니 버퍼링에 걸린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구체적인 사안으로 들어가 정책적 논의를 해야 한다.
유인촌 장관이 선택적 주의를 통해 전체 맥락을 간과하니 우스워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차라리 버퍼링스와 같이 웃기려고 그랬다면 웃어나 주겠지만, 처음부터 너무나 진지하니 웃기도 부담스럽다.
대개 버퍼링은 송출자의 회선 용량과 상태에 달려있다. 청취자나 수신자의 요구에 따라오지 못할 때 발생한다.
유인촌 장관은 국민들이 원하는 내용을 보여주지 않고 끊임없이 엉뚱한 곳에서 버벅거리는 셈이다.
대개 비전과 정책 능력이 없는 정치인이 물갈이를 내세운다. 대안을 구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몰아내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말한다. 구체적인 정책적보다 인적 청산을 통해 주목을 끌려 한다.
한편으로는 자신들의 세력을 포진시키면서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한다. 사람을 몰아낸다고 모든 것이 해결된다면 이 세상은 진작 유토피아가 되었다.
문제는 정책능력과 리더십이다. 만약 양쪽을 아우를 수 없는 이가 어떻게 다양한 사람들을 아우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미 리더로서 자질도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리더의 능력이 없으면 마음에 안 드는 이들을 명분을 내세워 몰아내기에 급급하다.
유인촌 장관은 장관이라는 자리보다는 의 ‘버퍼링스’에 출연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는가.
아니면 버퍼링에 걸리지 않도록 회선 용량과 상태를 국민의 수준에 맞게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
애초에 국민이 원하는 콘텐츠나 있는지 의심스러운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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