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달에 본 장애인과 문화
김 헌 식 (문화평론가)
시민일보
| 2008-04-16 18:17:18
문화를 바라보는 관점은 장애인과 문화의 관계를 볼 때도 여전히 같다. 이러한 때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른 문제에서는 차별하면서 문화에 관한한 편견은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똑같이 작용하는 것이다.
문화에 대한 편견을 우선 몇 가지 살펴보도록 하자. 문화를 잔여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문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은 많이 듣지만 항상 문화는 꼴찌다.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항상 문화가 언급된다. 방송프로그램은 항상 문화프로그램이 오전이나 한낮 그리고 심야시간대에 배치된다. 당연히 시청률이 낮으니 폐지되는 악순환을 겪는다. 문화는 하나의 사치라고 여긴다. 혹은 돈이 있는 사람만 누리는 것이라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비로 지출되는 비용을 아깝게 생각한다.
따라서 사회적 약자들의 문화 수혜의 권리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문화는 별로 중요하지 않는다고 여기고 있으나 없으나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문화가 돈이 된다는 이유로 중요하게 부각시키는 문화 산업론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거꾸로 돈이 되지 않으면 문화는 중요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 문화 프로그램이라고 따로 분리하는 것 자체가 문제일 수 있다. 인간의 삶 자체가 문화다. 인간을 동물과 다르게 구분하는 것이 문화다. 문화는 인간의 삶 자체를 뜻하기 때문에 삶의 질 증진은 문화의 발전을 뜻한다. 문화의 발전은 더 나은 삶을 의미한다.
문화적 권리는 인간다운 삶을 의미한다. 문화는 동물과는 다른 삶의 의미한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창조적이고 예술적인 부분이다. 생존적인 권리가 아니라 문화생활을 할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것이다. 책, 음반, 전시회, 영화, 연극, 뮤지컬, 오페라, 콘서트 등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창조적인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장애인도 이러한 권리를 누려야 하는 주체다. 참여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주는 것은 1차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공연장에 가려고 해도 교통이 불편하거나 장애인들이 드나들거나 착석하기에 어려움이 많다면 장애인들의 문화적 권리는 박탈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남들이 만들어놓은 작품이나 결과물을 보고 감상하는 수준에 머무는 것이 문화적 권리의 전부라고 볼 수는 없다. 그것은 수동적이고 타자적인 것일 뿐이다. 연극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연극을 하고 싶다면 작품을 만들거나 연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책을 읽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쓸 수도 있어야 하며, 그림을 보는 것만이 아니라 직접 그리고 자신의 그림을 전시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애인 문화교육이다. 비장애인도 마찬가지인데, 어린 시절부터 문화를 감상하거나 그러한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는 인간이 인간답게 풍요로운 삶을 사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고 오로지 좋은 학교만 가려는 입시교육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입시교육, 취업 교육의 최종 목적이 문화적인 삶을 교육하지 않는다. 이러한 교육 여건에서는 장애인의 문화적인 삶뿐만 아니라 문화적 권리도 확보되지 않는다. 문화정책은 이러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하지만 흔히 문화정책이라면 공연을 공짜로 볼 수 있고, 축제나 이벤트가 많이 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문화정책은 문화적 권리를 하나의 보장적 권리가 아니라 시혜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또한 선거에서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하나의 문화 정치의 일환으로 장애인의 문화 권리가 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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