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인사 참사'-'북미협상 교착' 정면 돌파하나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19-04-18 01:00:00
‘협치 실종’ 우려...황교안-손학규 “북 입장만 대변 안돼”
[시민일보=이영란 기자] ‘인사참사’ ‘북미협상 교착’ 등 난관에 직면한 문재인 대통령이 정면돌파로 국정난맥상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면서 정국이 급속히 얼어붙을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16일 야당의 반발에도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하는 등 임명 강행 수순에 돌입했다는 관측이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7일 "헌법재판소의 업무 공백을 없애기 위해 서기석 재판관과 조용호 재판관의 임기가 만료되는 4월18일을 기한으로 정했다"며 "18일까지 보고서가 오지 않으면 대통령 재가를 받고 19일부터 임기가 시작된다"고 밝혔다.
이어 "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의 퇴임 바로 다음 날인 19일 문형배·이미선 후보자가 새 재판관 업무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8일 야당의 반대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과 김연철 통일부 장관 을 임명한지 약 10일 만에 문 대통령은 다시 국회 동의 없는 인사권 행사 의지를 밝힌 셈이다.
이에 대한 양당의 반발이 거세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전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청와대의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요청안은) 국회에 대한 청와대발 항복요구서"라며 "이는 앞으로 청와대가 국회 위에서 군림하겠다는 선언서"라고 규정했다.
이어 "헌법재판관은 대통령도 탄핵시킬 수 있는 자리이자, 최고의 헌법 수호기관"이라며 "(한국당의 고발로)언제든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수 있는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모셔야 하는지 묻고 싶다. 오늘이라도 이 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응답이 ‘적격’의 두배 가까운 최근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문 대통령은 국민과 소통하고 국회와 협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면서 "이미선 후보자의 지명철회와 조국 민정수석 경질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가세했다.
한국당은 이 후보자 부부의 주식 과다 보유·투자 논란과 관련해 내부 정보를 이용한 부당 거래 의혹이 있다며 이 후보자 부부를 부패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이고, 바른미래당도 이 후보자 부부의 주식 거래 내역을 조사해달라며 금융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했다.
문 대통령이 이미선·문형배 후보자를 임명할 경우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고위 공직자는 15명으로 늘어난다. 박근혜 정부에선 10명의 고위 공직자가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여야 협치는 더욱 기대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조건없는 4차 남북 정상회담을 전격 제안한 것도 논란거리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이제 남북 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할 시점"이라며 "북한의 형편이 되는 대로 장소와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남과 북이 마주앉아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넘어서는 진전될 결실을 맺을 방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질적 논의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비핵화 방안을 놓고 북미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히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오지랖' 직격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카드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나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중재자를 자처하며 양측이 포괄적인 비핵화에 합의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이행하는 '굿 이너프 딜'을 절충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북한과 미국은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사실상 우리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별로 없다.
특히 전문가들은 "'대화를 위한 대화'는 지양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북미가 각각 '단계적해결'과 '일괄타결론'을 주장하며 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북측의 입장에 힘을 실으려다가는 자칫 한미균열이 확대되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손용우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교수는 "북미 간에 공통분모를 도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려도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지금까지 돈독한 남북관계를 내세우며 북한을 설득을 하겠다고 자신했지만 실제로는 쓴소리 한번 못하는 관계 아니냐"며, "현 남북대화는 북미 어느 쪽의 신뢰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국내 문제로 난관에 봉착한 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지지율 글어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주재우 경희대 국제정치학 교수는 "지금 정부는 경제난, 인사난 등 각종 국내 문제로 야권의 공세에 궁지에 몰렸다"며 "한반도 평화를 내세워 일단 부정적인 분위기를 뒤집으려는 의도가 짙어 보인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도 정부의 성급한 태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조속히 4차 남북정상회담을 한다고 하는데, 이것도 북한의 입장만 확인하고 대변하는 회담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미국 조야에서는 이미 한국 정부가 북한 입장만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회의론이 팽배하다"며 "정부는 북미 관계를 중재한다는 명목으로 무조건적인 선제재 완화 후 비핵화를 주장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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