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좌파’와 ‘주홍글씨’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
시민일보
| 2008-10-09 19:05:34
주간 에서 ‘강남 좌파’를 취재한 기사를 흥미있게 읽었다.
30-40대 층으로 강남에 둥지를 틀고 사는 사람들이 한나라당과 보수층을 혐오한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그런 내용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강남에서 좌편향된 사회탐구와 논술을 가르치는 학원을 운영하는 ‘좌파 거부(巨富)’도 있으니 ‘강남좌파’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원래 좌파는 부자가 되어도 좌파로 남게 되는데, 조지 소로스도 그런 경우다.
주식투자와 환투기로 거부(巨富)가 된 조지 소로스는 미국의 급진 좌파 시민단체의 돈줄일 정도로 이념성향이 사회주의적이다.
소로스의 경우는 동유럽 출신으로 돈을 많이 벌어도 미국식 자본주의에 대해 태생적 반감이 있었다고 보여진다.
반면, 대중문화의 산실(産室)인 할리우드가 선거 때만 되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고 나서는 것, 체 게바라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중의 우상으로 등장한 것은 대칭적(對稱的) 욕구의 분출이라고 할 것이다.
언제가 병원 대기실에서 기다리다가 명품 브랜드를 소개하는 눈요기 잡지를 본 적이 있었다.
잡지 뒤쪽에 신간 소개 섹션이 있었는데, 거기에 체 게바라와 카스트로의 전기가 새로 나왔다고 소개되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체 게바라가 운동권만의 우상(偶像)이 아님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게바라는 부유한 아르헨티나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기성 계층을 혐오하고 보헤미안 생활을 하다가, 카스토로를 만나 쿠바 혁명이라는 모험에 뛰어 들게 된다.
쿠바에서 ‘공포의 처형자’로 많은 사람을 숙청할 당시 게바라는 해변에 위치한 대저택에서 고급 시가를 피면서 가족과 단란하게 지냈다.
그런 게바라가 강남에 둥지를 튼 한국형 보헤미안 브루주아족(族)에게 먹히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
오히려 이런 현상을 모르는 우리나라의 전통 보수층이 문제라고나 할까.
지난 번 정권교체의 일등 공신은 노무현 대통령 자체와 그의 업적인 종부세였다.
따라서 이번에 이명박 정권이 종부세를 폐지하면 MB를 지지했던 버블 세븐의 주민들은 그들이 목적한 바를 80%는 달성하게 된다.
다음에 진보정권이 들어선다고 해서 노무현 정권에서 했던 시행착오를 저지르지는 않을 것이니, MB 정권을 더 이상 좋아하거나 지지할 이유는 없어지는 셈이다.
은 주로 정서적 측면에서 강남 좌파의 원인을 분석했지만, 실리적 측면에서도 그런 현상이 생길 수 있다.
“MB 정권은 ‘보수’를 지지해야 할 계층으로 하여금 ‘보수’를 정서적으로 싫어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한 의 분석은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친(親)MB’는 이제 ‘친노(親盧)’ 못지 않은 ‘주홍(朱紅)글씨’로 작용하고 있다.
언론사 기자 중 1.5-2.5%만 MB를 지지한다는 최근의 통계가 그런 현상을 잘 보여준다.
진보이든 보수이든, 민주당이든 한나라당이든, 이 두 개의 ‘주홍글씨’에서 자유로운 세력이 다음 시대를 이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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